예측하고 싶다
26년 1월 17일 오전 08시 31분
요 며칠 봄이 먼저 와서 인사를 건네는 듯한 날씨다. 곧 있으면 자기를 만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듯이. 비가 내린 후에는 다시 추워진다고 하는데. 요즘 날씨는 1분 미리 보기처럼 잠깐 봄을 맛보는 시기인가 보다.
그러고 보면 잠깐 다음 계절을 맛보는 시간이 항상 있었던 것 같다. 다음 계절을 미리 준비하라고 알려주는 자상한 자연의 메시지 같은. 이 겨울도 지나고 나면 따뜻한 봄이 온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추운 겨울을 힘들지 않게 견디고 있을지 모른다. 매번 내일의 날씨를 알 수 없고, 다음 계절을 모르는 삶이라면. 계획적인 삶은 절대 불가할 것이다.
하루하루가 우리의 계획대로는 되지 않는다. 매일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고, 순간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하루의 흐름 속에도 오늘은 봄이고, 오늘 날씨는 맑으며, 우산을 준비할 필요는 없을 거란 예측이 가능해서 우리는 하루의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내일의 일기예보가 없고, 다음 계절을 예측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의 자연 생태계가 모두 혼란을 겪고 결국엔 사라지지 않을까?
즐거운 주말 아침부터 이 무슨 끔찍한 소리를 하고 있는지, 결론은 다음 계절을 알 수 있고 일기를 예측할 수 있어, 우리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더라도, 계획적은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우리 모두 계획적인 사람이다. 그 계획대로 삶이 살아가지지 않을 뿐이지만. 물론 계획대로 살아가시는 분도 있다. 일단 그 부류에 난 아니라서. 매번 계획은 세우지만 다 이루지 못하고 중간에 수정하고, 수정하다 폐기하는 삶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언제나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며칠 전 광양을 다녀왔는데 갈 때의 설렘과 돌아올 때의 아쉬움이 나에게 또 한 번 깊은 여운을 남겼다.
편도 160킬로 정도 떨어져 있고, 2시간 조금 넘는 거리지만 이 거리와 시간의 물리적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마다 찾아가 그곳 지인들을 만난다. 이번에도 점심시간을 빌어 만나서 긴 시간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보아도 눈빛에서, 그리고 그들의 표정에서 알 수 있는 반가움이 나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요즘 어떤 취미를 하고 있는지, 뭐가 이슈인지 등 이야기하면서, 만나지 못해 서로 이야기 나누지 못했던 부분들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요즘은 뭐니 머니 해도 주식이 가장 큰 이슈였다. 우리 광양 지인들은 단톡방에 주식 종목에 대해 종목을 서로 주고받으며 지낸다고 했다. 그래서 무슨 소스를 가지고 이런 대화를 나누나 생각했는데, 그 단톡방 주제는 ‘ 한탄방’, 한방 크게 하자는 ‘한탕’이 아니고 ‘ 저 주식을 샀어야 했는데, 저걸 그때 팔았어야 했는데’ 하는 서로의 아쉬움과 아픔을 이야기하는 ‘한탄’의 방이었다. 저가일 때부터 보아온 종목이 어느 날부터 상승을 했는데 그걸 사지 못하고 보고만 있으니 배가 아파 한탄하고, 어떤 주식은 사자마자 떨어지기 시작해서 팔아야 하는데 매도 시점을 놓쳐서 자꾸자꾸 마이너스 수익률이 커지는 걸 한탄하고. 이런 자기의 상황을 공유하며, 다른 지인들에게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라고 알려주는 우리 광양의 지인들을 바라보며 따뜻한 정(?)을 느끼며 돌아왔다. 그 단톡방에 나도 초대해 줘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지만, 참으며 좋은 소스 있으면 나도 알려달라고 취임새를 넣는 정도로 마무리 지었다.
모두들 안녕했다. 내가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눈빛이며 얼굴이 모든 게 평안하다는 듯 말해주고 있었다. 나만 그들에 비해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이 또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항시 그곳에 있고 반갑게 맞이해 주는 나의 지인들.
언제나 그곳에서 평안하게 지내시길 기원한다. 내가 힘들 때나 기쁠 때 찾아가면 예전처럼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시길 바라면서. 매번 찾아가서 하소연만 하고 오긴 했는데, 다음에는 이런 하소연보다는 지인들이 반가워할 ‘소스’를 확보해서 놀러를 가야겠다.
광양을 다녀오며 차에 한가득 즐거움과 정다움을 듬뿍 담아왔다. 매번 아낌없이 배려해 주는 우리 광양지인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표현을 하지 않으면 모르겠지?
“감사합니다” 다음엔 제가 꼭 '소스'를 확보해서 여러분들이 제게 고맙다라고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