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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남 Apr 14. 2016

니도 코 곤다

나를 아는 사람. 그리고 나랑 밤을 지내본 사람들은 다 아는 나만의 비밀. 나는 코를 아주 심하게 곤다. 그래서 큰 놈이 태어났을 때는 코골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런저런 검사도 받고 수술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는 불치병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더욱 미안하다. 내 코 고는 소리에 니가 깜짝깜짝 놀라며 반응하기 했으니.

나의 지병으로 인해 니가 태어났을 때부터 최근까지 나는 언제나 혼자 잤다. 그게 마음도 편했고 너랑 엄마랑 자는 게 우리 가족의 편안한 수면을 위해서 맞다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 둘째가 태어나면서 너와 내가 동거 아닌 동거를 하게 됐는데 오늘 새벽에 아빠는 좀 많이 서운했다. 평상시 항상" 아빠 코 분다"라는 말은 많이 했지만 어제처럼 "이제 아빠랑 안 자"라고 하니 조금 섭섭하더라. 아빠가 늦게 와도 혼자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대견스럽고 좋았는데, 이제 내방에 나 혼자 다시 잘 생각을 하니 좀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서 사과도 하고, 어제 밤에도 사과를 했는데. 사과는 받아주되 같이 자지는 않겠다라는 너의 말이 아직도 귓전에 맴돌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글도 쓰고.

내가 너에게 편안함 수면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한 거 정말 미안하다. 아빠도 살아오면서 치료해 보려 했지만, 치유가 안되는데 어떡하냐? 나도 하루빨리 이 병 고치고 싶다. 그리고 어제처럼 밤에 자다 계속 울면 아빠가 큰소리도 한번 낼 수 있지? 그것 가지고 이제 아빠랑 더 이상 안 자니 사과를 받아야 하니? 섭섭하다 인마~


참고로 니는 코도 골고 이도 간다. 나보다 더하지 덜하지는 않더라~ 

니 기분이 많이 상한 것 알겠는데, 우리 다시 화해하고 오늘 저녁에 예전처럼 같이 자 보자~

아들아 사랑한다. 코 고는 건 아직 의술이 안된다. 하루빨리 획기전인 치료법이 나오기를 기다려 보자. 오늘도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보내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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