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아씨들을 보고
3.8 여성의 날을 맞아 <엘르>가 초대한 7명의 여성 중에 선정된 ‘그레타 거윅’의 기사를 읽었다. 그녀는 지금 몇 달 전 낳은 아들에게 모유를 먹이기 위해 시간을 계산하며 모유를 짜고 도시를 이동하는 와중에 냉동을 하고 도우미를 통해 모유 수유를 하느라 정신없는 감독이자 배우이자 각본가였다. 왕성함과 열정적이라는 단어가 그의 인터뷰를 통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작은 아씨들> 영화를 본건 순전히 (내가 신뢰하던) 다른 사람들의 호평 일색의 평 때문이었다. 출연한 배우도, 감독도, 아무 정보도 모르고 있었다. 누군가 보고 감동이라고 하더니, 또 누군가가, 또 누군가가, 그렇게 이어진 호평들 때문에 봐야지 생각했던 영화다. 그렇게 봐야지 맘을 먹었을 때는 코로나 19로 영화관을 가기 곤란했고, 넷플릭스에 올라왔다는 소식을 듣고 어젯밤 단숨에 틀어보았다. 영화를 보고는 이것저것 궁금해 검색을 하고 이 기사, 저 기사를 읽었다. 그러다가 재밌는 이야기를 발견하고, 감독의 이야기, 작은아씨들의 원작자인 루이자 메이 올콧의 이야기에도 눈길이 갔다.
1월인가? <결혼 이야기>를 보고도 글을 적은 적이 있는데, <결혼 이야기>의 바움백 감독이 자신의 자전적일 것 같은 영화를 찍었다고 해서 그런 이력이 또 있었구나 그냥 넘겼는데 그 주인공이 그레타 거윅이라는 것은 새롭게 안 놀라운 사실이었다.(물론,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미 다아는 사실이겠지만) 바움백 감독과의 협업과 공동각본 작업도 신기하고 놀랍고 존경스러운 부분이다. 함께 영감을 나누고 협업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일까, 삶의 보람일까, 이런 생각을 잠시 했다. 내가 가지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이라 더 큰 가치와 무게를 두는 것 같다.
<작은 아씨들>은 ‘중요한 건 창조였다’라는 조의 대사로 시작한다. ‘어른이 되면 원하는 걸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춘기 소녀들 메그, 조, 베스, 에이미의 10대의 모습과 7년 후 성장한 모습이 스크린에 가득 찬다. 물론, <작은 아씨들>은 네 자매와 엄마, 고모, 로리라는 옆집 청년 외에도 아름다운 자연과 시대를 재현한듯한 집들의 모습이 인물과 하나가 되어 내가 마치 그곳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흡인력을 자랑한다.
원작자 루이자 메이 올콧의 일기에 보면 “여성 독자들이 캐릭터가 누구랑 결혼해야 한다고 요청이 대단하다. 마치 결혼이 여자들 삶의 유일한 목표라도 되는 양. 조랑 로리랑 결혼 안 시킬 거야. 누구 좋으라고”라고 썼다고 한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돈을 중심으로 한 세상에서 ‘여성이라는 사람’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기도 하다. <작은 아씨들>의 무비 아트북의 감독 이야기를 보면 더 자세한 영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작은 아씨들은 돈에 관한 책이에요. 왜 여성은 돈을 벌기가 어려운가에 관한 이야기죠. 여성들이 자기 밥벌이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소설 속에 수도 없이 등장해요. 루이자 메이 올컷은 다음 세기로 우리를 이끌었던 사람 중 하나였어요. 20세기가 그녀를 통해 도달하고 있었고, 그녀에게 ‘우리는 여성들을 위해 과거와는 다르게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던 거죠. 예술가가 되는 것, 여성이 되는 것, 돈을 다루는 것에 관한 경제적인 부분이 전체 서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책 밑에서 고동치고 있는 게 느껴져요. (중략) 책에 들어있는 실제 언어를 가능한 한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했어요. 영화 속 모든 대사는 책이나 편지, 또는 일기에 나온 거예요. 모든 게 제가 손으로 가리킬 수 있는 구체적인 대상에 기반을 두고 있기를 바랐습니다.(중략) 저는 성인이 된 자매들을 더 강조하고 싶었어요. 어릴 때는 마법처럼 느껴지던 것이 이제는 다 사라지고 없는 까닭에 더욱 달곰씁쓸하고 아프게 느껴지게 하고 싶었죠. 자매들에게 어른이 되는 길을 제시해주고, 특별하고 독특하고 활기 넘치던 어린 시절의 기질을 계속 유지하게 해주고 싶었어요.(중략) 책의 내용과 루이자 메이 올컷의 실제 삶 사이의 긴장감이 정말로 흥미로웠어요. 올컷은 여러 면에서 대단히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지극히 목가적인 어린 시절로 보이게 바꿔 놓았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 둘 사이의 단절이 무척 매혹적으로 느껴져요. 가슴 아픈 일이기도 하죠. 올컷이 이런 말을 했어요. “나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거예요.” 이 말을 들었을 때 그냥 울고만 싶었어요. 올컷은 슬픈 일을 많이 겪었지만, 불행을 통해 어린 시절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법을 배우게 된 거예요. “- 네이버 블로그 참고 발췌
영화를 보고 난 정보들이 영화를 더욱 깊게 감동하게 만든다. 한번 더 <작은 아씨들>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속 메그, 조, 베스, 에이미, 마미는 그저 영화 속 인물이 아닌 듯 나의 마음에 와 닿았다. ‘눈이 나빠지고 몸이 안 좋아지는’ ‘오랜 바느질과 코르셋’을 하고 사는 그녀들, ‘망할 놈의 치마’를 투덜대며 하루하루의 삶을 지탱하는 그녀들, ‘나도 엄마처럼 될 수 있을까’ 미래를 꿈꾸는 그녀들, ‘난 다른 걸 하고 싶어’ 상상을 하고 창조를 하는 그녀들, ‘유머와 친절함과 용기’를 잃지 않는 그녀들. 전쟁 중에도 먹고 살 돈이 없이도 ‘노래’와 ‘연극’과 ‘글’과 서로를 바라보고 챙기는 ‘마음’으로 사람으로서 삶을 꾸리는 그녀들. 그녀들을 보며 나를 꿈꾼다. 그레타 거윅이 감독한 ‘레이디 버드’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영화는 ‘작은 아씨들’ 다시 보기, ‘레이디 버드’로 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