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기구를 혼자 탑승하거나 혼자 여행하는 사람.
싱글 라이더에서 세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첫 번째는 이병헌이 연기한 강재훈. 강재훈은 증권사 지점장이다. 영화의 시작은 멍한 눈빛의 강재훈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으로 시작한다. 초점을 잃은 눈동자. 슬프기도 하고 방향을 잃고 쓰러지기 직전의 눈빛이다. 본사 회의실 앞에서 강재훈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잡을 것은 하나도 없음을 확인한다. 자신을 포함하여 친척 지인 고객들에게 채권을 팔고 영업 1위의 실적을 올렸으나 무릎을 꿇고 따귀를 맞고 추락한다. 그날 밤 강재훈은 부인과 아들로 추정되는 이들의 거주지를 구글 로드뷰로 검색을 하고 왼쪽 엄지 손가락과 검지 손가락 사이의 손등에 주소- 438번지 메리스트리트 본다이를 받아 적는다.
두 번째는 공효진이 연기한 이수진. 이수진은 강재훈이 가지고 찾아간 주소지에 살고 있다. 수진이 이곳까지 오게 된 이야기는 438번지 메리스트리트 본다이에서 떠올리는 강재훈의 기억을 통해 알 수 있다. 강재훈은 호주가 시차가 1시간으로 적고 영어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며 2년 정도 머무를 것을 제안한다. 수진은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강재훈의 권유로 아들과 함께 살게 있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지켜본 수진과 아들은 2년 전 그들이 아니다. 438번지 메리스트리에 크리스라는 아주 훌륭한 이웃과 잘 살아가고 있다. 크리스는 코마 상태인 아내가 병원에 있어 딸을 혼자 키우고 있다. 크리스와 수진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서로를 도우며 살아갔던 것 같다. 이웃으로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모습, 크리스는 수진의 아들의 학교를 데려다주고 수진이 일이 있을 때 아이를 대신 봐주고 바다로 함께 놀러 간다. 아플 때 자신의 발이 어떻게 되는 줄도 모르고 병원으로 달려가고 타지에서 수진의 홀로 서기의 동반자가 되어 있다.
한국에 있을 때 ‘하루도 안 쉬고 매일매일 노력하는 거 힘들고 귀찮’다며 바이올린을 팔려고 하던 수진은 호주에선 시립악단에 들어가기 위해 오디션을 보고 영주권을 신청하려고 한다. 면접관은 질문한다. “오래 쉬다가 다시 하려는 이유가 뭐죠” “그떄는 몰랐습니다. 절실하지도 않았고....소중한지도 몰랐어요. 옛날에는 제가 제 인생의 주체가 되는 것을 피해왔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아닌 것 같아요.” 수진을 뒤따라 다니며 또 다른 수진과 크리스의 모습을 보면서 강재훈은 오열한다. 그러나, 그 오열은 비참하기보다 먹먹하고 담담하다.
영화 내내 강재훈은 검은 정장에 타이 없는 흰 와이셔츠를 입고 있다. 강재훈은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줄곧 무표정과 멍함과 슬픔과 어디를 응시해야 할지 모르는 외로움과 수진과 아들에게 다가서지 못함과 2년간 잘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던 과거의 시간 속 후회와 질문을 얼굴과 걸음걸이에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얼굴과 걸음은 편안하지만 편안하지 않았고 잔잔했지만 요동쳤고 오열했지만 담담했다.
“새벽 5시에 버스를 타보면요, 게을러서 가난하다는 말 그거 진짜 다 개소리거든요.” 세 번째 주인공은 안소희가 연기한 지나. 지나는 워홀로 호주에 왔다. 일년간 열심히 일한 돈을 가지고 귀국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한다. 돈은 모두 잃었고, 방법을 찾기 위해 시드니에서 만난 강재훈에게 도움을 청한다.
강재훈과 수진과 지나 외에도 크리스, 치치, 하버브리지의 노동자, 기억나는 인물들이 있다. 그리고, 떠나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산후조리원을 보고 하하호호히히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영화였는데 나의 뒤통수를 얻어맞고 아직까지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 그 어디 즈음이라고 할까. 살아간다는 것, 우리는 늘 여전히 혼자라는 것, 때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것, 봐야 할 것 보고 싶은 것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스스로의 선택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 누군가의 비극은 늘 옆에 있다는 것, 그 비극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일 수 있다는 것. 강재훈과 지나가 자신을 발견하는 대목은 그래서 충격이었고 먹먹했다. 영화 속 호주는 한 번도 가보지도 보지도 못한 곳이었다. 그래서, 더 몰입하고 상상하기 좋았을까. 하버브리지, 오페라하우스, 본다이비치, 태즈메니아, 어디선가 강재훈의 목소리가 울리는 것 같다. “살면서 그런데가 있는지 몰랐는데 그냥 한번 가보고 싶어서요”
* 일요일 저녁에 보면 안되요. 저는 여운이 오래갔어요.
* 이 영화에서도 이병헌은 사람을 참 몰입하게 만들어요.
* 공간과 사람이 어울리고 배우들의 얼굴과 표정 움직임 하나 하나 기억에 남게 만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