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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by 태태 Mar 13. 2025

나는 18살 때 글을 쓰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입시에 찌들어 취미 생활도 제대로 못했던 내가 이러한 다짐을 하게 된 것은 웃기게도 입시와 관련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나는 큰 고민 없이 문과 진학을 택했다. 다른 과목들은 수준이 평이했지만, 과학은 실력이 너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나름 문과이기에 국어 공부를 가장 열심히 했는데, 고2가 되자 에세이 창작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상을 받고 나니 "혹시 내가 글쓰기에 재능이 있나?"라는 너무나 우습고 유치한 생각을 하게 된다. 7년이 지나 25살이 된 지금도 이 이야기를 우려먹고 있으니 이 상으로 인해 얼마나 어깨를 펴고 살아왔을지 짐작될 것이다.


당시에 저 우습고 유치한 생각은 고등학생인 나에게 소소한 취미를 만들어주었다. 바로 잠들기 전 메모장에 짧은 글을 쓰는 것이었다. 형식은 에세이였고, 대략 30편의 글을 썼다. 이 글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열어본 적이 없다. 새벽 감수성에 젖어, 띄어쓰기조차 제대로 못하는 고등학생인 내가 적었던 글이 너무 부끄럽기 때문이다(지금도 띄어쓰기를 그렇게 잘 지키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본인이 쓴 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이 글을 쓸 자격이 있냐고 물어볼 것이다. 누가 나에게 직접 그런 질문을 한다면 난 별 수 없이 인정할 것 같다. 다만 여기는 온라인이기에 글을 다시 쓰게 된 변명을 살짝 하고자 한다.

최근 여자친구와 이별을 한 뒤, 아픔을 잊고자 취미를 만들었다. 바로 혼영(혼자 영화 보기)인데 여기서 주요 포인트는 재개봉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다. 처음 본 영화는 '죽은 시인의 사회'였다. 나는 줄거리 파악도 없이 단지 이별의 아픔을 잊기 위해 보러 갔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줄거리 이해에 바빴던 나는 어느새 울고 있었다(이별 때문은 아니다). 본인의 꿈을 펼치지 못한 주인공이 자살을 한 시점부터 울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 주인공의 자살 이후에 나는 나도 모르게 나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뭐야?"


요 근래 인턴 생활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나이기에 신중히 답을 하고 싶었다. 나는 잊고 있던 고등학생 시절 추억이 되살아나며 "글을 쓰고 싶다."라는 대답을 했다. 그렇다고 내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글 자체를 재미있게 쓰는 것도 아니기에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고민되었다. 그럼 오히려 이 고민을 살려 평범한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평범한 내 글 속에서 사람들은 잊고 있던 추억을 회상하며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내가 쓴 글로 내 추억을 다시 회상하고 기록하고 싶다.


오늘은 잊고 있던 고등학생 시절 메모장에 적었던 글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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