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영역 다툼
연애할 때 주도권 싸움을 해 본 적 있나요? 혹시 결혼 후에 남편이나 아내를 휘어잡기 위한 ‘기 싸움’을 해본 적은요? 아마 대부분 그런 경험이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되면 아내는 갑이 되고, 남편은 을이 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관계가 남편의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충성심(?) 때문이라면 부부 모두에게 행복한 일이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죠.
임신을 하면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음식이 갑자기 생각나기도 하고, 때로는 한 가지 음식에만 꽂히기도 한다고 합니다. 제 아내는 원래 좋아하던 수박을 임신 후에는 더욱 자주 찾았는데, 하루 만에 절반의 수박을 먹어치우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일주일에 3번 이상 수박을 썰어야 했고, 아내의 임신 기간 동안 수박 써는 기계가 되었죠. 하지만 아내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했기 때문에, 저는 어떠한 불만도 갖지 않았고 기쁜 마음으로 수박을 썰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는 임신 기간 중에 단 한 번도 자신이 임신한 것을 핑계로 남편을 고생시키거나 골탕 먹이는 행동을 하지 않았답니다.
물론 당신은 그렇지 않겠지만, 어떤 사람은 임신을 핑계로 남편에게 일부러 힘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기회에 주도권을 확실히 자신에게 가져오겠다는 생각을 하거나, 그 동안 본인을 고생시켰던 남편에게 ‘너도 한 번 당해봐라’하는 마음을 가지기도 한다네요.
반대로 남자가 아예 무관심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내 혼자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출산을 할 때도 아내 혼자인 경우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내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남편으로서 임신한 아내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아내의 입장에서는 서운한 부분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100%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놓치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임신한 아내를 위해, 아내는 옆에 있는 남편을 위해 서로 존중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우리 부부는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지금도 평화롭게(?) 잘 지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