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개와 고양이 부부의 훈련사 - 산.후.도.우.미.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출산 후 산후도우미 제도를 신청하면 국가가 일정 비용을 지원해주었습니다. 역시나 비용과 상황을 고려할 때 2주가 최선이라고 생각한 우리 부부는 2주 동안 우리의 육아를 도와줄 산후도우미를 요청했죠. 산후도우미 제도는 의외로 호불호가 나뉘는데, 아무래도 사람이 와서 하는 것이다 보니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큰 것 같습니다. 당시 매스컴에서는 산후도우미와 관련된 부정적인 내용을 쏟아냈기에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산후도우미 이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결과를 말하자면, 불안한 시작과는 달리 우리에게 산후도우미는 만족스러운 선택이 되었습니다. 아내가 다른 사람과 있는 상황을 불편해하긴 했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좋은 분을 만난 덕분에 2주 동안 편안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내는 당시에 우울한 마음 때문에 산후도우미의 여러 가지 호의가 고마우면서도 싫었다고 합니다.
한 번은 산후도우미 분의 권유로 아기를 맡기고 아내와 데이트를 나갔습니다. 오랜만의 외출에 마음이 들떴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출산 후 줄어든 아내의 배를 만지고 신기해하면서 편하게 식사를 했던 기억이 있네요. 데이트 도중, 산후도우미 분께서 아기가 잘 자고 있다며 사진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돌아가는 길에 그 분이 좋아하시던 믹스 커피를 사서 뇌물(?)로 드렸죠.
처음 육아를 시작하면 모든 것이 다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아기 목욕 시키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특히 출산 직후 아내의 몸은 약해져 있기 때문에, 목욕은 자연스럽게 남편인 제가 해야 합니다. 출산하기 전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쉽지 않았습니다. 아기를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힘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온 몸이 경직되어서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도 않았습니다. 다행히 산후도우미의 도움 덕분에 아기 목욕시키는 일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에도 아기 목욕 시키는 방법을 배웠는데, 산후도우미의 도움을 받고나서야 실제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목욕시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사실 산후도우미의 진가는 집안일을 해주는 것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출산 후 몸이 약해져 있는 아내가 예전처럼 집안 일을 하기란 쉽지 않죠. 그리고 저 역시 퇴근 후 모든 집안일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육아가 익숙해지지 않은 부부에게는 집안일 자체가 커다란 문제덩어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을 바로 산후도우미가 해결해주는 것이죠. 원래 산후도우미는 산모와 관련된 빨래나 요리 등을 하는 것이 본래의 역할입니다. 그 이외의 부분은 하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를 도와주셨던 산후도우미는 대부분의 집안일을 해결해주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2주 동안 육아에 조금 더 집중하며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