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생]아빠(개)와 엄마(고)양이의 육아(생)활

<18> 개냥이 돌보기 - 전쟁의 서막

by 하투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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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의 산후도우미 기간이 끝나고 나니 앞길이 막막했습니다. 과연 우리 부부의 힘만으로 육아라는 큰 산을 잘 넘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죠. 초보 아빠와 초보 엄마는 이제 막 세상을 마주한 아기에게 온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아내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그나마 저는 회사에 있는 동안에 육아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새삼 육아 선배들이 왜 그렇게 집에 들어가기 싫다며 자진해서 야근을 했는지 알 수 있었죠. 제가 근무하는 병원은 야근이 없었기 때문에 오후 6시가 되면 사무실 불은 꺼지고 근무하던 동료들은 모두 함께 퇴근을 했습니다. 육아 전까지는 정시에 퇴근하는 직장이 참 좋았는데, 육아를 하는 동안에는 왠지 모르게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내는 목이 빠져라 저의 퇴근을 기다렸습니다.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아내는 피곤에 찌든 얼굴로 나를 맞이했는데, 그 표정에는 반가움과 우울함이 묘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쏟아내는 아내를 보며, 야근을 하고 싶어 했던 나의 모습을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아내의 이야기에 뭔가 특별한 내용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냥 아기와 하루 동안 지내면서 있었던 일, 어려웠던 일, 좋았던 일 등 사고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냈죠. 나에게 이야기를 쏟아내고 나면, 아내의 얼굴은 한층 편안해보였습니다. 안정을 되찾은 듯한 아내를 보면 저도 역시 좋았죠. 그리고 아내에겐 이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퇴근을 하면 어떻게 먹었는지 알 수 없는 저녁 식사를 하고, 설거지와 집안 정리를 한 뒤 기절하듯 잠자리에 듭니다. 하지만 아내와 나는 그마저도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가 없었죠. 왜냐하면 아기는 우리처럼 밤새 자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1~2시간 간격으로 일어나서 배가 고프다며 울어댔고, 그러면 아내와 나는 번갈아가며 아이를 돌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모유를 먹였기 때문에 아기가 일어나 울어도 남편인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일어나 모유를 먹이고 나면 비몽사몽 일어나서 아내 옆을 지켰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난 뒤에는 모유를 미리 저장(?) 해놓고 그것을 젖병에 담아 먹이게 되었고, 그 덕분에 저도 새벽동안 몇 번이고 일어나 우는 아기를 돌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육아는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회사처럼 출근과 퇴근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육아는 전혀 그렇지 않죠. 그저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수행해야 하는 미션만 있을 뿐이었죠.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육아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았습니다. 과연 내가 이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짜 잘 해내고 싶다는 다짐을 동시에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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