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4. 변화

by 하투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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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키우면 의외로 돈 들어갈 일이 많습니다. 다양한 용품들도 사야 하고, 사료와 간식도 필요하죠. 당시 나는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복실이를 위한 무언가를 사려면 부모님께 의지해야만 했습니다. 가끔 이걸 이용해서 부모님이 협박(?)을 하기도 했지만, [복실이]의 풍족한 삶을 위해서라면 부모님께 더 많은 협박(?)을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아지 키우는 것에 반대하던 부모님도 점점 [복실이]에게 애정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조그마한 몸으로 꾸물거리는 모습은 우리 가족의 혼을 빼놓기 충분했고, 무뚝뚝한 우리 가족의 분위기를 조금씩 변화시켰습니다. 물론 가족들끼리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여전히 어색했지만, 적어도 [복실이]에게만은 모두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애정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감정의 표현이 자연스러워진 가족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의 긍정적인 변화는 [복실이]를 만나고 나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 내 삶에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복실이]를 만난 이후로 내 안의 다양한 감정들, 특히 따돌림으로 인해 힘들었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대부분의 시간을 [복실이]와 함께 했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힘들었던 마음은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물론 상황은 변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 마음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죠. 여전히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는 나의 상황을 이야기하지 못했고, [복실이]에게만 모든 것을 털어놓았습니다.


6학년이 되던 첫 날, 새로운 반의 친구들과 잘 지내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예전부터 나를 괴롭히던 나쁜 XX들과 같은 반이 되진 않았지만, 반이 달라져도 그 XX들은 나를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이었다면 그들의 괴롭힘을 그대로 당하기만 했을텐데 말이죠. 내 생각과 감정을 큰소리로 그 XX들에게 전달하고, 나를 위협하는 그 XX과 몸싸움도 했습니다. 순간 나를 괴롭히던 XX들은 당황했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후로도 몇 번 정도 비슷한 상황을 반복하고 난 후부터 그 XX들은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마치 커다란 산을 하나 넘은 듯, 나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온 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복실이]를 끌어안았습니다. 그리고 미친 듯이 울다가 웃기를 반복했죠. [복실이]와 단 둘뿐이었습니다. 얼마나 웃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보니, 부모님이 오실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감정을 정리했죠. 아마 부모님은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 정도는 눈치 채셨을 수도 있습니다. 당시에 나는 충분히 진정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 어린 소년이 감정을 정리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갔고, 친구들 역시 그런 나를 피하지 않았죠. 그리고 나와 어울린다고 해서 괴롭히는 XX들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친구를 사귀게 되었고, 예전의 밝고 자신감 있던 모습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나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도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아마도 조금은 성장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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