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5. 꿈틀대는 지렁이가 되자!

by 하투빠
Prevent dog fights from starting.jpg



다사다난했던 초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를 괴롭히던 XX들 중 한 명이 같은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었죠.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XX는 다른 학교 일진들과 나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따돌림을 당했던 나의 과거를 장황하게 늘어놓더니, 대뜸 빵을 사오라고 시켰습니다. 예전이었다면 그 XX들이 시키는 대로 했을 수도 있지만,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 xx들에게 저항했고, 그들의 폭력에 미친 사람처럼 맞섰습니다.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발버둥이었던 것 같네요. 그 이후, 더 이상 그 XX들은 나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날 저녁, 나는 [복실이]를 안은 채 그 동안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털어놓았습니다. 아마도 그런 XX들한테는 절대 지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마다 [복실이]는 나의 눈을 계속해서 바라봐주었죠.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거리며, 마치 나에게 힘내라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그 XX들에게 저항할 수 있었던 건, 아무런 말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준 [복실이]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학교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진에게 보복 당할까봐 나에게 다가오지 못하던 친구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죠. 대화를 나눌 수 있고, 학교를 마치고 분식집에 함께 갈 수 있는 친구가 생겼습니다. 이제서야 겨우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도시로 전학 오기 전에는 당연하다고 느꼈던 일상이, 사실은 아주 소중한 것임을 깨달았죠. 그리고 앞으로는 감사한 마음으로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를 마치고 [복실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복실이]가 내 품에 안겨 조용히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그 아이를 쳐다보았습니다. [복실이]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사실 강아지의 눈은 항상 촉촉합니다. 다만 당시에는 스스로의 벅찬 감정으로 인해 [복실이]의 눈물이 특별해 보였던 것 같네요. [복실이]의 눈을 쳐다보고 있으니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시간은 참 힘들었지만, 결국 힘들었던 시간은 지나갔습니다. 힘든 상황을 경험하고, 그것을 극복한 나는 분명히 한 단계 성장해있었습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이 있죠. 실제로 지렁이가 꿈틀하면 밟은 사람이 놀라서 도망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없는 지렁이를 밟는 놈은 정말 나쁜 놈 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힘없는 지렁이를 밟아대는 나쁜 놈들이 있게 마련이죠. 그럴 때 밟히기만 하다보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꿈틀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꿈틀대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잘 압니다. 이후의 보복이 두려워 용기내지 못하는 마음도 이해합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용기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은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그 이후로는 나 자신을 좀 더 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옆에는 언제나 [복실이]가 함께 있었죠. 지금도 나는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을 믿고 있습니다. 내가 가진 자신감은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이제 내 곁에 [복실이]는 없지만, 그 시절 그 아이와의 추억 덕분에 나는 여전히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하루를 살아갑니다.


"고맙다! 복실아~!"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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