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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림 Apr 13. 2024

사춘기면 장땡이어라

딸의 변명을 인정하기

"엄마~ 나 사춘긴가 봐..."


'스스로 자신이 사춘기라고 말하는 너... 엄마 갱년기 오면 어쩔랭?'


"아... 엄마도 알지... 알지만 사춘기라고 모든 걸 이해할 순 없잖아... 지킬 건 지키자!"


"... 아..."


'부쩍... 13살 딸의 한숨이 깊어진다.'


"엄마도 최대한 널 이해하려고 하지만 기분대로 모든 걸 할 순 없으니까... "


"... 네"


'회피형 대답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대답을 해주니 고맙군.'


... 아이는 방문을 닫았다.



  시간을 거슬러 나의 13살 15살 17살을 투영해 본다. 아빠가 없는 난 힘겹게 일하고 돌아오는 엄마에게 투정도 짜증도 부릴 수 없었다. 그저 다른 사춘기 아이들보다 조금 더 성숙해 져야 했을 뿐. 불현듯 사춘기라고 자기를 이해해 달라는 딸아이 말에 질투가 느껴졌다. 나는 부려보지 못했던 사치처럼 느껴졌다.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자라며 가지고 싶은 건 웬만하면 채워주는 집안 분위기에 언제든 연락이 닿는 친구들. 딸이 부러웠다.(딸에게 질투를 느끼는 엄마라니. 부끄럽구먼.) 한편으론 시대의 흐름이 변했고 자녀의 자존감을 존중하고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성장과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교육환경에 놓인 부모로서의 위치는 마치 미로에 갇힌 기분이다. 사춘기 자녀와 부모의 적당한 선이 어디일까. 머리를 굴리고 눈을 굴려봐도 이상하게 생각이 깊어질수록 '라떼 안 그랬는데...'로 끝난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꼰대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세상에 빨라졌다지만 벌써 13살이 틴트를 사고, 패션에 관심을 가지며 유튜브에 빠져있다. 학교에서 조차 앱으로 영상 편집을 하며 코로나의 여파로 태블릿 사용이 늘어나며 미디어는 일상생활에 너무 깊이 스며들었다. 폰이 없으면 숙제가 힘들어진 이 시대에 독이 되는 미디어는 조금의 방심을 타고 그대로 자녀에게 노출되기 십상이다. 특히나 워킹맘의 경우 부모가 없는 시간에 자녀가 무엇을 하는지 모두 알 수 없기에 걱정이 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엄마의 마음에 믿음이라는 싹을 틔우려면 아이들 역시 믿음을 주는 행동을 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겉모습은 부쩍 자랐어도 정신세계는 아직 딱 13살. 그렇기에 잔소리 아닌 걱정을 하게 되고 아이는 그걸 듣기 싫어하고 그렇게 부정적인 말을 서로에게 쏟아내는 게 마주한 시간의 일상이다. 특히나 계획적이고 예민한 엄마에겐 더 큰 자극으로 다가온다. 다행인 것은 엄마도 타격이 계속되니 대처방법 레벨업이 된다는 것.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는 그렇게 성장해 간다. 자녀와 적당한 선을 찾고 대화를 유도하고 밀당도 해보고 규칙을 정해 보기도 한다. 그 안에서 좋은 것과 실패한 것은 분명 걸러 좋은 예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것이 사춘기 부모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 사춘기면 장땡인 자녀에게 그럼에도 호르몬의 장난에 놀아나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눈을 마주해야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부모의 감정은 내려놓고 자녀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본다는 일이 마치 부처요 하나님이라도 된 마냥 도의 세계에 자신을 갖다 놔야 하기 때문이다. 부디 우리의 자녀들이 부모의 걱정이 관심이 그저 잔소리로 치부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라본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부모도 서서히 마음의 독립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을 인정하기까지 많은 고통이 따른다. 모든 것을 해줘야 성장했던 자녀가 이젠 부모의 관심이 아닌 친구를 원하고 부모와 대화보다 자신의 사회 안에서 나누는 대화에 더욱 빠져들 때 거리감이 느껴지는 건 서운함이 담긴 불안으로 커져간다. 그 불안을 잠재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저 믿어주는 [믿음]으로 덮는 것. 그렇게 하루 이틀 그럼에도 믿음을 갖고 지켜보고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주문을 외우며 서서히 독립의 과정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다.


  '맞다! 사춘기면 장땡이다. 누구도 막지 못할 갱년기가 다가오고 있으니 곧 전세 역전. 그래... 이해해 보자. 너의 사춘기 계절을. 너의 독립 성장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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