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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림 Dec 19. 2020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를 사랑해.

마음의 메모

엄마는 아이의 전부이고, 아이는 엄마의 모든 것입니다.


신생아 시절 나의 전부

엄마는 아이가 태어나고 '응애응애' 우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자꾸만 욕심이 납니다.

목도 겨우 가누는 아기인데 빨리 뒤집으면 좋겠다는 욕심!

아이는 힘겹도록 온 힘을 다해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드디어 뒤집기를 성공합니다.

그 모습이 참으로 대견해서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향해 박수를 칩니다. 엄마는 다시 또 욕심이 꾸물꾸물 생겨납니다.

힘겹게 뒤집기를 성공한 건 이미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고, 빨리 기어 보라며 자꾸 아이의 자세를 이리저리 바꿔봅니다. 아이는 뒤집기가 뭔지도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엄마에게 가고 싶어 안간힘을 쓰다가, 앞으로 꼬꾸라지고 옆으로 넘어지기를 반복합니다. 벌써 비슷한 개월 수에 아이는 기고 서기를 한다는데 자꾸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해집니다. 수 없는 실패 끝에 드디어 아이가 기고 앉고 서기를 해냅니다. 기쁘기도 잠시 이젠 빨리 걸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소중한 너의 모습

어느새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어린이집을 갑니다.

생각보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아이를 보고 엄마는 당황합니다. 또래 친구들보다 늦게 보냈기에 말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놀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 한 아이의 모습에 엄마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아이는 태어나 처음 엄마와 떨어져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환경이 너무나 어색하고, 때론은 무서울 지경이라 집에 가고 싶어 눈물까지 납니다. 그래도 아이는 시간이 지나니 낯선 환경도 참을만하고, 친구들과도 친해지기 위해 엄마는 알지도 못하는 용기를 내어 봅니다. 조금씩 원에 적응해가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안도의 하루를 감사히 보냅니다. 마음이 놓이니 슬슬 영어와 발레학원도 욕심나는 엄마입니다.

어디든 원하는 너의 길을 가기를

드디어 '응애'하고 태어난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했습니다. 설레고 기대되는 엄마와 달리 아이는 처음 만난 반 친구들과 선생님이 낯설기만 해 학교를 가기가 싫습니다. 모르는 얼굴의 친구들. 낯선 규칙과 지켜야 하는 수업 시간.

무엇보다 아침에 엄마와 헤어져야 하는 등교 시간이 너무 무섭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고 칭얼댑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이죠. 엄마는 또 일장연설을 합니다.

학교는 힘들어도 가야 하고 아파도 가야 하는 곳이라고.

네가 가기 싫다고 안 가는 곳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때 차라리 '힘들구나. 엄마도 어릴 땐 많이 힘들었어.'라고 마음의 공감과 기다림이 더 필요했는데 말이죠. 아이는 꾹 참고 아침마다 등교를 합니다. 사랑하는 엄마에게 칭찬받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선생님 말도 잘 듣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버티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친구가 좋고 학교가 즐거워졌습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엄마는 기특하다 생각하기 앞서, 이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잔소리를 합니다.


엄마는, 왜 이렇게 기대하게 되고 자꾸만 칭찬보다 욕심이 더 생겨날까요. 그저 건강하게만 태어나길 바라던 그 시간들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입니다. 분명 잘하는 것도 예쁜 짓도 더 많이 하는 사랑스러운 아이인데, 자꾸만 못 하는 것과 부족한 부분만 더 크게 보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아이 입장에서도 엄마는 참 부족한 사람일 거예요.

기다려주지 못하고 자꾸만 재촉하는 엄마.

포근하게 보듬어 주기보다 윽박지르고 화내는 엄마.

아이컨택이 더 필요한 아이인데 뭐가 그리 바쁜지 빨리빨리만 외치는 성격 급한 엄마.

이렇게 글로 써보니, 참으로 많이 부족한 엄마였습니다.

그래도 아이는 언제나 엄마가 부를 때 환한 미소와 밝은 목소리로 응답해 줍니다.

사랑한다고, 여전히 엄마뿐이라고 말이죠.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아이의 어린 시절은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되돌릴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조금 늦어도 지켜봐 주고,

조금 못 해도 눈감아 주고,

다른 아이보다 조금 뒤처져도 묵묵히 응원해 주는 그런 엄마가 되어주어야 했습니다.


아이는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그려갈 것입니다.

지켜보는 엄마가 불안하고 답답해도 아이에게는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툴툴 털고 일어나면 돼!"라고 응원을 보내 보세요. 그럼 아이는 눈앞에 닥친 위기 때문에 당장은 힘들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말과 따뜻한 미소를 떠올리며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거예요.


어두운 밤. 위험으로부터 바다를 지켜주기 위해 환한 빛을 내뿜는 등대처럼!

엄마는 다가올 아이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안내해 주고 온전한 믿음으로 묵묵히 지켜봐 주는 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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