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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림 Jun 21. 2021

여보 ~ 제육볶음이 먹고 싶어!!

부부이야기

rrrrr...

"집 오는 길이야?"

"응. 근데 나 갑자기 제육이 먹고 싶어!"

.

.

.

"제육볶음? 갑자기?"

"... 응! 왜? 못 해?"

"아니!! 해. 할 게... 이따 봐~"

"나 앞다리 안 먹으니까 삼겹 반, 목살 반으로"

"그... 래. 알겠어영~~~~"

나는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했다.

누군가는 고작 제육볶음 하는데 뭔 대수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게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지령에 뭐부터 해야 할지 당황스러워 잠시 얼음이 되어버렸다.

결혼 10년 차. 신혼 초에는 그나마 집 밥을 자주 먹었지만 언제부턴가 집에서 밥을 먹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문 일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나는 어느새 남편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아직도 모르는 아내가 되어버렸다.

유일하게 즐겨먹는 건 인스턴트 햄 따위와 피자 , 치킨에 오장육부를 맡기는 남편이다.

아이의 반찬은 대수롭지 않게 해 줘도 입맛 세상 까다로운 남편은 내게 도무지 맞추기 어려운 수학공식과 같은 존재다.

그런 남편이 퇴근길에 먹고 싶다는 것이 생겼다. 세상 맛있게 그의 입을 만족시켜주고 싶다는 욕심과 부담이 한 번에 밀려들었다.

나는 부라 부랴 옷을 챙겨 입고 정육점으로 향했다. 차에서 생각했던 재료들을 재빨리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무슨 정신에 요리를 했는지 후다닥 해치워 버렸다. 하지만 맛만큼은 내 입에 딱 맞게 감칠맛이 어우러져 군침까지 돌았다. 아차 양념은 친정 엄마가 해주셨구나.

남편의 지령

며칠 전 거대한 신경전으로 친정엄마와 나는 대판 말싸움을 벌였지만 하나뿐인 사위의 밥상 요리는 그저 최선을 다하신다.

못난 딸은 이럴 때만 감사하다 생각하니 참으로 나 자신이 작고 또 낯부끄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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