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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토리아 Sep 09. 2024

살기 힘들겠다야... 서울에서는

제주도민 친구의 위로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자카르다에서 20년을 살다가 은퇴한 후 자바섬과 비슷한 분위기라 제주도에 정착한 친구가 있다.  그녀가 제주도에 정착한 지 이제  10년 정도 되었다 한다.

집을 짓기 위해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지금의 터가 마음에 들어 집을 지어 지금 부부가 함께 유유자적 생활하고 있다. 물론 그녀의 제주정착기는 어제 만남에서 좀 더 자세히 들었다.  대학 졸업 후 40년 만에 만나는 2번째 만남이었다. 앞으로 종종 만나자고, 제주도에 놀러 오라고 권했다.


그녀는 아침 비행기를 타고 김포에 도착한다.  약속은 오후 1시.  점심을 같이 먹고 롯데콘서트홀에서 수원시향 연주회를 관람하기로 했다.

1년에 한두 번 서울에 온다는 그녀는 올 때는 그렇게 공연을 즐긴다고 해서 나도 그녀의 제안에 동의한다.

서울 사는 사람이 남산에 잘 안 올라가듯이 롯데타워도 올라가 보지 않았고 롯데몰도 식당가에만 서너 번 갔다 왔을 따름이다.

대학동기들인 우리 3인은 롯데몰 근처 식당에서 만나 점심을 먹었다. 

서울에서 산 지 40년. 

세월만큼이나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만나 여러 가지 사회적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나이대, 사는 동네, 문화센터에서 듣는 강좌에서 만난 사람 그리고 하다 못해 산책시간이 같으면 만나기도 하는 사람들. 어디 그뿐이겠는가?  아이들 학교 어머니회, 여고 동창, 초등학교 동창, 스포츠센터에서 같은 시간대에 운동하는 사람들. 하지만 조금씩의 동질감을 공유하면서 그 관계들은 유지되기도 하고 깨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자주 만나지도 않은 우리 3인은 성격적으로 비슷한 유형의 인간들이라 이곳이 오랜 객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눌 얘기가 많았다.

제주도 친구를 여행용 가방을 끌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롯데몰 안에 있는 카페로 가서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1차로 간 곳은 6층의 TWG 티 전문점.  테이블이 있어 들어갔더니


" 지금 대기번호가 6개가 있어 오래 기다려셔야 합니다" 란다


그래서 디저트 겸 커피를 마시러 5층 빵집으로 갔다. 저 안쪽의 테이블이 마침 비워졌길래 빨리 자리를 잡았는데 종업원이 와 이렇게 말한다.


" 지금 대기번호가 10개 이상 있고요  예약기기로 핸드폰 입력하시고 카톡으로 문자 갈 테니 그때 오세요"


오래전 왔을 때는 빵만 사갔기 때문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 줄 몰랐다.  일단 예약을 하고 나왔다.


" 안내판 보니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카페가 있다.  일단 내려 가자 "


물어 물어 간 2 곳의 커피집은 만원이고 너무 시끄러웠다. 예전 잘 알려지지 않은 1층의 렉서스커피집을 찾아갔지만 이미 폐점이 되어 불도 꺼져 있다. 5월달에도 영업했었는데 말이다.


살기 힘들겠다야... 이렇게 뭘 하나 하는데 예약해야 하고 자리도 없고 너무 힘들다.  너희들은 어찌 사니..."  

라고 제주도 친구가 말한다. 


" 우린 아침에 창문 열면 너무 시원한 바람이 불어 기분이 참 좋거든. 어디 가도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살아 산책하면서..." 

라며 측은하게 우리를 바라본다


그래도 돌다 돌다 롯데몰 저 구석에 있는 1층 커피집의 하나 남은 테이블을 차지하고 우리는 서로 얘기를 나눈다. 이리저리 짐을 끌고 다니느라 지친 친구는 잠시 눈을 감기도 하고 또한 지쳐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잠을 몰아냈다. 카톡으로 빵집에 자리가 났다는데...취소를 눌렀다.


요즘 추석 때문인지 도로도 붐비고 롯데몰도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 같다. 서울사람들도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러려니... 하면서 그냥 그냥 살아가고 있다. 삶의 장소에 대해 비교할 그 무엇을 경험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서울에 산다는 그 자부심(?)으로 간신히 버티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올 들어 여러 차례 서울탈출을 계획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혼자 몸이 아니라 혼자의 결정으로만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도민이 된 그녀는 용감했고 그녀 남편은 부지런했다. 그래서 이 부부는 제주도에서 은퇴 이후의 삶에 만족하며 산다고 한다.


작은 어항에서만 살아온 금붕어는 큰 수족관으로 옮겨도 계속 작은 어항의 규모만큼만 헤엄친다고.


나는 저 금붕어처럼 살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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