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생존해 계실 때는 명절에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그러다가 차례로 세상을 뜨면서 제사를 모시게 되니 시댁 가족이 우리 집으로 천리 길 나들이는 다녀갔다.
나 또한 제사 지내는 오빠네로 친정 모친을 뵈러 다니는 것이 명절 절차였다.
매스컴에서는 늘 명절의 이런 풍속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교통상황을 안내한다.
이제 나는 이런 추석 풍속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동요되거나 바쁘지 않은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아마 아들과 딸이 결혼해 새 식구라도 생긴다면 뭔가 새로운 명절풍습을 접해 볼 수도 있겠으나 아직은 둘 다 미혼이나 나는 그들에게 여행을 다녀오라 권한다.
고된 직장생활 중 모처럼 긴 공휴일. 얼마나 신날까? 나처럼 명절 때마다 천리길을 오가며 허리를 펼 새 없이 그 많은 음식을 만들고 손님상 차리고... 돌아와 힘든 몸으로 출근하던 젊은 시절이 정말 정말 힘들었다. 연휴가 길면 길수록 더 고된 명절행사를 치러야 했다. 시골 장남며느리의 숙명이라 여겼기에 그 시대 이 땅의 며느리들은 말없이 다들 해낸다. 해야 할 도리를 다 해낸 그 지난한 세월은 나를 강건하게 만들었다.
어제 아들딸 다 결혼시키고 손자까지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별한 지 10년이 넘은 그녀는 혼자 산다. 그녀가 집에서 담근 묵은지를 좋아한다기에 추석 전날 가져다주려고 했다
" 나 지금 아들 딸 가족과 함께 펜션에 왔어. 2박 3일 같이 있다가 집에 갈 거야 "
" 아들 딸은 추석날 다들 사돈네에 안 가도 되니?
나는 좀 의아해서 물었다.
" 요즘 애들은 우리 때와는 달라. 딸네는 이틀 전에 미리 시댁에 다녀왔고 아들네는 여행 마치고 추석날 오후나 다음날 갈 예정이래"
그렇구나. 이제 추석연휴에 MZ세대 부부는 세시풍속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 자식된 도리를 나름 하고 있구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라테였다. 푸후후
내 친구 자녀들이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은 너무 가상하다. 그 자녀들의 배우자 부모들도 열린 사고를 가진 분 들 이어서 참 다행이다.
나는?앞으로 나는?
어떻게 세시풍속의 의미를 후대에게 잘 전승시킬 것인가? 가족의 의미는 '효'라는 테누리 안에서만 둘 이유는 없다.
나이 들수록 가족만이 남는다고 다들 말한다. 그 가족을 의무가 아닌 사랑으로 서로 보살피며 살아가야 한다. 만나면 더 친해지기도 하지만 어긋나기도 한다. 적절한 거리를 서로 찾아야 하지 않을까? 60대 이후 세대도 라테를 고집하지 말고 현명한 MZ부부는 응원하는 자세를 가지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