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가 뭐길래
< 나잇값을 못하고 있는거다>......라고 자책하지는 말아야지. 하지만 약간은 의기소침해진다.
아무튼 65세 이상의 디지털 문해자를 위한 강사 프리랜서직에 지원을 했는데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서울 공공재단에서 주관하는 강사모집으로
지원자격은 55세 이상 서울거주 시민.
주요 활동은 시니어 대상 1:1 스마트폰 교육
응시는 자기소개서와 지원동기를 1000자 내외로 인터넷등록을 하고 이에 관한 소지자격증도 첨부한다.
등록 후 2주 후 서류전형의 합격여부를 통지하고 면접을 한 후 최종합격자를 뽑는다고 나와있다.
사실 나에게 아주 적합한 프리랜서직이라 미리 준비한 자격증으로 바로 응시를 했는데.....
" 이 나이에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벌이고 그래?"
" 일하는 거 질리지도 않아?"
" 그 나이에 뭘 더 일한다고 그래 그냥 놀아 "
다 맞는 말이고 옳은 말이다. 30년 이상 아주 열심히 일했고 연금도 받아 사는데 큰 걱정도 없는데 말이지.
그런데 지원자격은 55세 이상이니 65세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닌가?
게다가 대상이 스마트폰 교육이니 교사출신인 데다가 비슷한 연배이니 무엇보다 나는 시니어의 생활환경과 그들의 니즈에 맞는 앱을 찾아주고 사용법을 잘 알려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래서 작년에 관련 자격증도 취득한 터.
나는 지금까지 자기소개서를 써 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어떻게 써야 심사자들의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 깊은 고민도 하질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강사는 도대체 어떤 자질을 가진 사람일까? 떨어지고 난 다음에 나 스스로 나의 지원소개서를 꼽씹어 본다.
오래전 대학졸업한 두 애들이 같은 시기에 자기소개서를 쓰고 서류전형에서 몇 번 떨어지기도 하고 면접에서도 떨어지고 해서 애들이 아주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어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그 후 다행히 둘 다 취업을 했고 아직까지 처음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나는 은퇴 후 충분히 내가 원하는 시간을 누렸다. 은퇴 전 마음먹었던 여러 가지 희망사항을 두루 이루기도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질을 쓰고 싶은데 그 기회가 좌절되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전체 인구의 25% 정도인데 내 나이는 시니어의 제일 막내가 아닌가? 스마트폰으로 해외여행을 직접 계획하고 모든 걸 다 처리하는 수준이니 뭐........자격은 되는데 아쉽다.
나는 이번 지원이 과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적절한 프리랜서 직이라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다.
주위에 스마트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시니어들이 무척 많고 그들은 그들의 자녀들에게 자주 묻는 것도 힘들어한다. 또한 젊은 자녀들의 설명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점점 디지털화되어가는 사회라 이런 상황에 적응을 못하면 삶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는데 서울에서 시도하는 이런 제도는 시니어를 위한 좋은 정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힘내자 빅토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