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도 분실하고?
해외자유여행은 출발 전부터 준비를 많이 한다. 빈틈없이 일정을 짜도 돌발상황이 생기면 그 상황에 맞게 대처도 해야 하기에 여행 자체가 경험을 돈 주고 사는 자산이다.
60대 중반의 은퇴여성들도 역시 대처능력이 내재되어 있는 능력자들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때가 오면 바로 체크하여 문제점을 찾아 해결한다.
- 에피소드 하나
출발일 새벽 6시 인천공항 에어프랑스 수속대 앞에서 사고가 터졌다. 일행이 4명이라 수속을 위한 여권을 걷는데 손여사가 깜짝 놀란다.
" 여권이 없다? 공항에 와서도 있는 거 확인했는데"
전날 단톡방에 여권과 국제운전면허증은 다시 확인시켰기 때문에 안 가져왔을 리는 없을 터. 손여사는 은퇴 이후에 해외 패키지여행도 많이 다니는지라 그런 실수할 사람이 아니다.라는 확신은 들었지만 사실 이번 여행을 이끌어야 하는 나로서는 살짝 당황했다. 심호흡을 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가방, 배낭 안을 찾아본다. 계속 그녀는 어쩔 줄 몰라하면서 사색이 된다
"공항 와서도 분명 손에 쥐고 있었는데..."
우리들이 그녀와 우리 짐을 다시 뒤적이고 나는 그녀 가까이가 옷을 점검하는데 점퍼 주머니에서 만져지는 딱딱한 것이 있다. 속으로 '여권이다' 하고 안심한다. 보통 이런 일들은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중요한 건 매고 있는 숄더가방에 넣었다고 생각하지만 내 손은 습관대로 옷주머니에 넣기도 한다는 걸. 하지만 한 번 당황하면 숄더가방만 뒤지게 되고 없다고 놀라고.
이때는 침착한 타잇의 예리한 도움이 필요한데 내가 바로 그 타인이었다. 해결 후 탑승구로 고고
- 에피소드 둘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비행기 놓일 뻔도 했다. 6시간의 대기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계획을 짠다. 금요일 오후라 파리 시내를 다녀오는 것은 무리. 교통체증이 없는 공항 북쪽 Chantilly 성을 보기로 하고 택시왕복(140유로)으로 다녀온다. 그래도 프랑스에 왔는데 알뜰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동행의 의사를 존중한다. 날씨도 너무 좋고 마침 장미묘목 장터도 열려 막간의 시간을 잘 활용하여 뿌듯한 맘도 있었다. 9시 15분 출발이라 6시 20분에 공항에 도착해 저녁도 먹고 윈도쇼핑도 하고 8시부터 탑승구 앞에 앉아 수다(?)인지 여행 전 맛있는 담은 열무김치 레시피도 공유하고 있었다. 8시 30분이 되어도 직원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옆 탑승구는 수속이 잘 되고 있어 나는 속으로 '이제 우리 쪽으로 오겠구나' 했는데...
그때가 8시 50분. 이렇게 늦을 리가 없는데 문득 정신이 든다. 뒤에 앉은 외국인에게 취리히 가느냐고 물었더니 고트? 간다고 한다. 이 무슨? 손여사가 뛰어가 옆 탑승구 직원에게 승차권을 보여주니 QR코드로 확인 후 탑승구가 바뀌었단다. 우리 4인은 혼비백산. 43번 탑승구에서 44번 탑승구로 부리나케 올라갔다. 다행히도 탑승구 직원이 있었고 그녀와 함께 우리 4인은 태운 차는 활주로를 달려 작은 항공기 앞으로 데려갔다. 우리가 마지막 탑승객.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우리의 탑승권은 인천공항에서 발급받은 거라 파리공항에서 전광판으로 43번 게이트를 확인한 시간은 6시 30분. 7시에 항공기가 바뀌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 이후엔...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염려 없이 탑승구 앞에서 앉아 있었을 뿐. 그게 문제였다. 35일 간인 이 여행의 기획자인 나는 귀를 열어놓고 상황에 좀 더 집중해야 했었다.
아무튼 무사히 기착지인 취리히 도착 후 열어본 우리 일행 핸드폰에 여러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에어프랑스 앱에서도 보냈고 해외발신메시지도 2개가 있었고.
그래서 또 하나의 돈 주고 산 경험.
< 비행기 탑승전까지 핸드폰의 메시지와 항공사 앱 메시지는 확인할 것>
여권분실 착각으로 액땜은 했고 마지막 탑승자의 행운은 누렸다. 참 다행이다.
5월 18일 새벽 루체른에서
빅토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