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게 보이니까.
밀라노에서 길을 헤맨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65세 은퇴여성 4인은 여행 12일 차에 스위스를 거쳐 기차를 타고 밀라노로 들어온다
이탈리아 여행이 처음인 B여사의 기대는 컸다. 스위스의 눈부시도록 푸른 하늘과 목가적인 풍경이 여전히 눈앞에 아른거린다고 하지만 역사와 명품의 도시 밀라노에서의 쇼핑도 우리 또래 여성의 큰 즐거움 아닌가?
밀라노 시내 우리들의 눈을 유혹하는 가게를 지나다 보면 목적지와는 다른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그래도 우린 구글맵이 있지 않은가? 후후
두오모 광장에서 2명씩 짝을 지어 자유시간을 갖고 3시간 후에 지정장소에서 만나기로 한다.
B여사와 S여사도 발걸음을 빨리 움직여 성당과 광장과 각종 거리를 마음껏 활보한 것 같다.
밀라노는 지하철과 트램이 유명 관광지 곳곳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 리더인 나는 면밀하게 지하철역의 위치와 거리를 전날 검색하여 아침에 브리핑하고 이끌고 그녀들은 나를 따라온다. 3일 패스권이라 밀라노 3일간 동안 무제한 이동가능해 오랜 시간 걷기 힘든 나이라 1킬로 거리도 걸어 다니지 않으려 한다. 체력비축을 해야 되기 때문이란 이유로.
여행 이후 처음으로 두 명씩 다닌 밀라노 시내를 B여사 일행은 지하철 입구를 찾지 못하고 빙글빙글 헤맸다 한다. 그 이유는?
밀라노는 지하철 노선도 꽤 많고 구간거리도 짧은 편이다. 그리고 서울의 지하철과 다른 점이 있다.
1. 지하철 표시가 동일하다. 서울 지하철은 지상에서 몇 호선인 지 노선 색깔로 표기되어 구별 가능하지만 있지만 밀라노 지하철은 모든 노선의 역 표시는 오로지 하나.
2. 출구번호가 없다. 지하에서 나오려면 몇 번 출구인지 확인하고 나간다. 밀라노는 지명 이름을 찾아서 지상으로 올라온다.
3. 가끔씩 종착역 행의 이름이 바뀌지 않은 채로 운행되고 있다. 수서행을 타려는데 구파발행으로 표시되어 있어 관광객은 제대로 승차했는지 헷갈릴 수도 있다.
B여사가 지하철 역을 찾지 못한 이유?
" 저기요? 맥도널드에요. 지하철이 아니에요"
빨간색 로고 M의 표지판을 보고 한 말이라 한다.
우리에게 맥도널드 간판이 얼마나 익숙한 지... 자주 아니 내 경우 1년에 한 번도 잘 가지 않지만 M의 이니셜은 그래! 맥도널드로 머리가 인지하고 있다는 건 우리 일상이 기업의 광고에 의해 자율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거 아닐까?
여행은 그렇다.
잃어버린 자신의 자율성을 낯선 곳에서 깨닫고 회복할 기회를 얻는 거.
새롭게 사물을 바라보고 익숙함에서 벗어나 작은 변화를 느끼는 거.
비슷하다고 다 같지 않다는 걸 깨닫는 거.
뭐...
아무튼 더 주의를 기울이며 살아야겠다고 느끼게 하는 여행이다.
25년 6월 18일 베니스
빅토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