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허벅지 먼저 준비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해외 관광지를 여행하려면 많은 자료를 찾아봐야 한다. 나 또한 7일간의 돌로미티 여행을 위해 유튜브, 블로그, 브런치 등에서 이것저것 교통편, 숙소, 꼭 가야 하는 관광지를 검색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준비한 자료대로 여행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시간마다 오는 버스가 제시간에 안 오거나 요일이나 주말에는 또 다른 시간대로 움직이고 국내에서 찾은 시간표가 변경된 경우도 있다. 많은 변수를 다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자유여행 계획할 때는 늘 변동성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감동과 느낌은 딱 그 시점의 자연환경, 글쓴이의 관점, 글쓴이가 경험한 코스이기 때문에 우리한테 다 적용할 수 없다.
' 아! 그곳의 풍경은 정말 천국 같아요' -> 한 번 가봐야겠다
' 버스를 타고 다니기는 좀 어려워요' -> 가능하면 렌터카를 이용해야겠네
' 담페초 숙소가 비쌉니다 ' -> 담페초에서 좀 떨어진 곳에 숙소를 정해야겠다
그래서 60 중반 은퇴여성들은 렌터카로, 숙소는 볼차노에서 동쪽으로 20분 떨어진 곳에 4일, 담페초에서 북쪽으로 20분 떨어진 지역에 3일 머물기로 했다. 돌로미티 숙소는 비용지불은 한 3개월 전에 해야 되는 곳도 있다. 중점도시에서 좀 떨어져 있으면 확실히 숙소비용은 저렴하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1달이 지났다. 지금 생각해 보니 돌로미티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후회가 들어 여행 중에는 미처 시도하지 못해 남은 아쉬움이 뭔지에 대해 생각했다. 사전 조사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지에 가면 생각지 못한 서투름에 당황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다 견뎌낸다.
1. 돌로미티는 이중 언어를 쓴다. 독일어와 이탈리아어. 그런데 독일어를 쓰는 주민이 더 많은 듯하다. 1차 세계대전 후 오스트리아에서 이탈리아로 병합되었기 때문이다. 무솔리니는 독일어를 쓰는 주민들을 체포하여 독일어를 못쓰게 하는 정책을 폈다한다. 구글지도에서 어느 지역을 찾으면 두 개의 단어가 나온다. 처음엔 이게 뭐지?..... 제대로 찾은 건가? 하는 의문이 든다.
bolzano / bozen 돌로미티 서쪽의 거점도시 볼차노는 독일어로 보젠. 돌로미티에선 공용어로 쓴다. 이탈리아어를 전혀 못하는 숙소주인도 있다. 나는 독일어를 전혀 못하기에 서로 짧은 영어로, 바디랭리지로 소통했다.
2. 돌로미티는 거의 전체가 바위산을 가진 고도가 높은 산세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도로는 아주 구불거리고 게다가 급경사도 있고 한쪽은 절벽에 가까운 각도로 이루어져 우리나라에서 운전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도 담력이 있어야 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케겔운동을 하고 돌로미티에서 운전을 해야겠다. 반드시"
풍경이 뛰어난 곳은 케이블카 타는 승강장까지도 무척 가파르고 높아 운전자는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옆 길엔 시선을 보내지 않고 정말 앞만 보고 운전했다 한다. 일행인 우리도 감히 가파른 옆 절벽 같은 내리막을 쳐다볼 수 없었다. 대신 다 오른 후 우리는 아주 멋진 풍경, 마치 다른 행성에서나 있을 법한 풍경을 만끽했다.
3. 돌로미티 서쪽은 완만한 초원지대이고 트레치메가 있는 곳은 가파르고 서쪽 지역과는 다른, 장엄하고 높은 바위산이 많은 지역이다. 지도상으로 중부지역의 산꼭대기에 6월인데도 빙하와 설산이 있어 우리를 감동하게 하는 풍경을 보여준다.
알페 디 시우시, 오르티세이 가장 아쉬움이 남는 두 곳이다.
이곳은 정말 종일 트레킹을 해야 하는 초원이다. 길도 잘 안내되어 있다. 한국관광객도 참 많다. 젊은이들은 트레킹을 목적으로 와 그 넓은 초원의 푸르름과 야생화와 저 멀리 보이는 바위산 그리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그들만의 청춘을 즐긴다.
우리 일행 4명은 일정의 마지막인 이곳에서 다만 눈으로만 초원을 즐길 수밖에 없었다. 트레킹을 하기엔 그동안의 여행으로 많이 지쳐있기도 하고 트레킹보다는 또 다른 케이블카와 리프트를 타고 싶어 했다. summer 리프트 카드로 즐기는 평안한 무료(?) 승차를 더 선호했다. 많이 걸어 피곤하면 다음날 일정에 차질이 있을까 봐 한 곳을 걷기보다 더 많은 view point를 보고자 했다.
돌로미티 지역은 자전거 MTB 동호인들이 선망하는 곳이다. 정말 공감한다. 어디를 가던 그 도로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기도 하고 구불구불한 길은 심장의 고동소리를 엔진으로 다 소모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그 길을 다 오른 후 미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대한 바위산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돌로미티 풍경은 정말 놀랍다. 노르웨이의 피오르, 스위스의 융프라우, 이 두 지역도 아주 아름답지만 제한된 시간과 제한된 지역만 다녀왔기 때문에 단순비교만 할 뿐이지만 면적에 있어 돌로미티는 아주 광대하고 전 지역이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내가 다녀본 그 어느 나라의 산세보다 감동을 주는 곳이었다.
다만 좀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트레킹을 하고 트레치메를 한 바퀴 다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눈으로만 하는 돌로미티 여행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게
열심히 운동하여 탄탄한 허벅지를 준비하여 다녀오길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