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의 존중받는 선택
80년 대의 산아제한 포스터엔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그래서인지 내 주위 지인들은 정부의 시책을 어기지 못하고 보통 둘만 낳았고 아주 가끔씩 3자녀를 둔 가정도 있다.
" 먹을 복은 타고 난다" 던 옛 어른들 말씀이 있던 시절엔 보통 5명 이상 형제들이 밥상머리에서 서로 맛있는 걸 먹으려고 싸우기도 했던 고리적 시절도 우리 60대는 다들 경험한 세대다.
그래서 두 자녀를 가진 우리들은 우리가 겪었던 힘든 시절을 우리 자식들이 겪지 않게 하기 위한 지금도 노력하는 부모들이 참 많다.
40살 이후 결혼한 아들이 있다. 그 결혼을 해 준(?) 며느리도 있다.
그 아들은 예술 분야에서 일한다. 유명한 예술가는 아니기 때문에 어머니가 보기엔 너무 안쓰럽다. 고정급인 월급을 받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 후 아들과 며느리는 손자 2명을 연이어 낳아 어머니를 할머니로 만들어 드렸다.
할머니가 된 어머니는 그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들의 늦은 결혼 때문에 노심초사했는데 그래도 며느리가 들어오고 가정을 이루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자까지 생겼다.
며느리도 예술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역시 고정급을 받는 직종이 아니다.
어머니는 이렇게 생각한다.
' 내 아들과 결혼해 준(?) 며느리도 너무 고맙고 손자 2명을 연이어 낳아주고... 그런데 둘 다 벌이가 시원찮으니 우짜나...'
그 어머니는 결혼할 때 아들에게 아파트를 사 주었고 자신의 퇴직연금 중 200만 원을 매달 아들부부에게 보낸다. 그러고도 내내 며느리에게 미안해한다. 내가 아는 한 그 어머니도 평생 교직생활을 했지만 그리 부유하지는 않다.
결혼이란 과정을 통해 한 남자와 한 여자는 어른으로서 첫발을 내딛는다. 자녀를 출산함으로써 어른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내 손으로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교육시키는 건 부모로서의 책무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모가 결혼한 자녀를 위해 도움을 주는 건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들을 선택하고 자식을 출산한 건 며느리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모든 조건을 다 염두에 두고 한 결정이다. 어머니는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하지 않나? 담백한 마음으로 베풀고 담담하게 아들내외를 지켜보면 안 될까?
그런데 왜 며느리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걸까? 왜 며느리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는 걸까?
한 가정의 남녀는 독립된 완성체이다. 두 남녀가 아기를 출산하는 것은 정말 인간 본연의 욕구인 동시에 보람하게 만드는 소중한 보물인 것이다. 아기는 아기를 만든 남녀를 위한 거. 아닌가???
손자를 낳아준(?) 것이 아니라 지 자식을 낳은 여성이다.
여성이란 인간으로 태어나 이유. 나는 출산이란 과정으로 깊이 깨달은 사람이다. 지금은 40대가 다 된 아들딸이지만 그들이 나를 진정 여성으로, 어른으로 키웠다. 아들딸에게 늘 감사하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