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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고 볶을 필요가 있나?

여자와 다른 종족이라...

by 빅토리아

60대 중반이 되고 보니 점점 젊은 세대와 접촉할 사회적 관계망이 줄어들고 사실 스스로 기피하기도 한다. 아들과 딸이 있어 그나마 그들의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에 대해 흘리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자식들은 이미 부모의 성향을 아는지라 충고나 걱정을 할 것 같은 소재의 얘기는 잘하지 않는다. 어쩌면 고마운 일이기도 하지만 연륜이 있는 부모의 조언은 이들이 우리 나이가 되는 먼 훗날 기억하리라 생각한다.

우리의 부모들이 우리에게 했던 조언이 뒤늦게 "아하! 바로 이 뜻이었구나 " 하고 깨닫듯.


우연히 TV에서 <지지고 볶는 여행>을 하는 연애리얼리티 프로 < 나는 솔로 > 참가자들을 보게 되었다. 요즘 젊은 남녀들은 어떻게 연정을 가지고 여행을 같이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기에.

40세인 미혼인 아들이 있는 나로서는 아들이 왜 모태솔로(?)로 지내고 여전히 결혼은 하고 싶지만 연애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솔로> 참가자들은 동성끼리 숙식을 하고 서로 대화를 하면서 나름 자신의 감정흐름을 자각하고 또는 돌이키기도 하면서 실험에서 자신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볶여에서는 남녀 단 둘이서 낯선 나라로 여행하는 역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부부만 둘이서 여행하는 경우에도 여행동안 별 탈없이, 말다툼 없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경우는 잘 없다. 패키지여행일지라도 다들 그렇게 토닥토닥거리다가 돌아와서는


" 다시 당신이랑 여행 같이 가나 봐라"


하지만 부부는 또다시 같이 여행을 떠난다. 왜냐하면 그래도 가장 허물없고 서로의 습관에 가장 익숙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지볶여에 출연한 여성은 내가 보기엔 상당히 자존심이 강하고 능력이 있는 커리어우먼들이다. 아마 해외여행의 경험도 많을 것이다. 남성출연자 또한 외모도 평균이상이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이들이라 여겨진다. 여러 커플의 여행프로그램을 모두 본 것은 아니지만 몇 편을 보면서 그들의 트러블이 참 안타까웠다.


남자종족은 생각, 말, 행동이 모두 일치하지 않는다. 물론 아주 가끔씩 일치할 때도 있겠지만. 그 리고 여자종족처럼 섬세한 전두엽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야 한다. 여자종족을 대할 땐 익숙지 않아 늘 실수를 거듭하는 모양새다. 여자종족은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남자보다 훨씬 직감이 뛰어나 가부를 쉽게 결정한다. 상대방의 말모양새로 그의 ' 생각이 이래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라고 단정하는 것을 본다. 내가 보기엔 남성출연자들은 동행여성과 잘 진행시켜 보려는 노력을 하는데 참 서툴다. 특히 이성과의 대화기술. 아주 어설프다.


결혼한 지 40여 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집남자의 말뽐새는 변하지 않고 있다. 남중, 남고, 군대생활, 직장생활 그리고 은퇴 이후의 사회관계에서도 거의 여성과의 친밀한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남성출연자들은 어떤 학창 시절과 직장생활을 보내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여전히 그들은 여성의 마음을 잘 읽고 맘에 들 만한 행동과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해서 못하는 것이다. 아직도 세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여성들은 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저렇게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고 판단하는 인터뷰를 한다. 에구구...


미혼인 내 아들이 연애를 못해서 불쌍한 건지 똑똑한 여자종족이 자랑스러운지 혼동스럽다.

60년 이상을 살고 보니 든 생각은 이렇다.


' 내가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남자종족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었구나'


진즉 알았다면 내 남자의 말에 희비에 엇갈리지도 않고 그를 좀 더 너그럽게 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심리적인 갑의 위치에 있었으니까. 나의 자존심은 그로 인해 다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야 그걸 깨닫는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이 프로그램의 패널은 젊은 3인의 남녀들이다. 그들은 녹화된 동영상을 보면서 가타부타하며 그들의 행동에 대해 동조하기도 하면서 프로그램의 재미를 끌어올린다. 내 눈엔 보이는 남자출연자의 진심(?) 혹은 선한 의도를 잘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패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60여 년이란 연륜. 그냥 쌓인 것이 아니다.


내 눈엔 선한 의도로 한 말인 걸 알 수 있는데... 남녀를 벗어나 상대방의 대화법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누구나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대에게 좀 더 너그러운 여성출연자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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