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둘 가진 장남며느리의 선택
58년생이며 명문대를 나오고 전문직을 가진 그녀는 역시 그녀의 스팩에 걸맞은, 게다가 상당한 재력가인 아버지를 둔 남자와 연애결혼을 했다. 남들이 보기에도 잘 어울리는 남녀 한 쌍이었다.
시댁 집안의 가풍을 익히기 위해 처음부터 시댁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지만 남편은 늘 아내 편이 되었기에 그 시대에 보기 드문 양성평등을 이해한 청년이라고 해야겠다.
늘 꽃길만 걸을 것 같은 그녀에게도 늘 삶이 녹록하진 않다는 걸 알게 된 건 두 딸이 태어난 후였다. 2남 1녀 중 장남인 남편의 의무인 손자를 시부모님에겐 안겨 드리진 못했다.
그 시대엔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산아제한 포스터가 시내 곳곳에 붙어 있고 세 번째 자녀 출산땐 의료보험도 안되던 때였다. 그렇기에 우리 세대에 3자녀를 가진 가정은 드물다. 딸 둘인 부부도 주위에 많은 건 바로 시대상황에 맞게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를 다했기 때문이다.
전문직 며느리를 자랑스러워하며 이해와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시아버지가 70대 중반에 별세한다.
시아버지의 생전 며느리에 대한 배려심에 시어머니는 빈정 상하셨는지 두 손녀를 볼 때마다 딸을 비하하는 말을 수시로 했다 한다. 시댁의 차남인 시동생은 아들을 뒀기 때문에 그 손자와 비교당하면서.
" 딸만 둘이니 제사도 못 지내주는 장남에게 재산 못준다'
시어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시아버지 유산정리할 때 장남부부를 불러 상속포기 각서에 도장 찍기를 강요? 했다고. 장남부부는 미련 없이 도장 찍고 집으로 왔다 한다. 그 후 그녀는 시댁 모든 행사에 자발적으로 불참했고 시어머니도 어떤 연락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 남편과 두 딸은 시댁과 계속 소통하고 있는데 대해 그녀는 무관심으로 대한다고 한다.
시어머니 또한 학벌, 집안. 명문대 출신에다 아쉬울 것 없이 살아온 현재 90대 나이의 여성이다. 이 여성도 다만 그 시대를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익힌 대로 행동할 뿐이다. 1930년대에 태어난 분이다. 그 시대 문화, 사회현상. 관습, 제도 등을 얼마나 알고 있나 우리는.
시대에 뒤떨어진?
어른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며느리를 구박하는 못된 시어머니의 전형?
뼛속까지 남아선호사상?
다 맞는 말일 수도? 아닐 수도?
누군가를 비판할 땐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 시어머니는 당신이 익힌 유교관습대로 상속을 처리했을 뿐이다?라고 항변할 수는 있다. 역사는 주류에 의해 재해석되어 굳어지고 이견을 감히 꺼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어떤 관습에 대해 반기를 들려면 지식과 지혜를 겸비한 여성이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가 아닌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는 주장을 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