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는 며느리 편?
고부갈등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요즘은 丈壻 갈등이 더 심각하다고 한다. 내 주위 딸 가진 지인은 거의 다 황혼육아를 담당하고 있다. 일주일에 2일에서 5일까지 어떤 식으로든 사위를 자주 본다는 것이다. 많이 보면 볼수록 그만큼 내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보이기 마련이라 갈등이 어찌 생기지 않으랴.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부부관계 갈등이 확대된 경우도 있다.
여기 한 시아버지가 있다. 그 시대의 엘리트였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도 있어 열린 사고를 가지신 분이셨다고. 며느리는 고맙고 좋은 분이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 고마운 시아버지는 몇 년 전 별세하셨다. 병원에서 음식을 거부한 지 10여 일 만에 당신 마음먹은 대로 운명하신 거다.
여기엔 이런 사연이 있다. 제삼자의 입장에선 다만 추측할 뿐이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아주 엉뚱한 건 아니다.
시부모님 모두 1930년대 출생으로 그 시대 개화 지식인 집안 출신이었다. 시대상황을 잘 극복하여 큰 재력을 쌓았고 2남 1녀도 모두 명문대 출신이며 남부럽지 않은 혼사까지 치렀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만 그 속은 아무도 모른다.
시댁가풍을 익혀야 한다고 전문직 며느리와 대기업 사원인 장남부부는 신혼을 부모님 댁에서 한다. 이때는 80년대이다. 가사를 돕는 도우미는 있었지만 이른 출근인 며느리는 혼자 간단히 요기를 한다. 가족 중 가장 빠른 출근이었다. 어느 날 아침 시어머니가 나와 아침밥상을 차려놓고 있었다.
" 너 시아버지가 일나가는 며느리 밥 먹여 보내라 시키더라고..."
며느리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시어머니의 밥상을 받아야 했다.
여기서 잠깐.
시어머니가 받았을 감정을 들여다보자.
' 내가 지금까지 가족들 뒷바라지하면서 고생했는데 며느리 아침상까지 차리라고?'
' 내가 힘들 때 잘난 당신은 내 편이 되어준 적도 한 번도 없었는데'
' 가정주부로 평생 살았다고 무시를 해? 그래서 출근하는 며느리 밥상 차려주라는 거야?'
아마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부부 사이의 일을 어찌 자식들이 속속들이 알 까나?
며느리 기억에 늘 시아버지가 고마운 존재로 남아있다. 시어머니 가슴엔 어떤 남편으로 남아있을까?
시아버지는 중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고 간병인 수발을 받고 있었다. 병원생활은 그리 길지는 않았다 한다. 시어머니는 남편의 병시중을 일절 하지 않았고 병원에 가지도 않는다.
그 사실을 깨달은 시아버지는 치료 또한 거부하고 단식 10 여일 만에 숨을 거두었다.
참 독하고 모진 시어머니다.라고 비난하기 전에 생전 남편에게서 받은 그녀의 수모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남편 말에 어떤 반박도 하지 못하고 순응했을 여성. 푸하하하 내가 여성이 피해자라는 관점에서 단편소설을 쓴 건가?
시아버지인 남성들은 알고 깨쳐야 한다. 젊은 며느리가 사랑스럽고 멋진 시아버지로 보이고 싶어도 절대 조심해야 한다.
내가 가끔씩 시아버지가 될 남편한테 하는 말이 있다.
" 며느리 힘든데 설거지는 당신이 해.. 같은 말은 나한테 하면 가만히 안 둘 거야"라고
30년가까이 맞벌이 한 시절에도 설거지, 청소 한 번 한 적 없는 싸가지 없던 넘이 며느리한테 잘 보이고 싶어 시어머니인 늙은 나를 또 시켜 먹어?
나도 용서가 안될 것 같다. 나쁜 기억은 오래 남는다.
파뿌리가 되기 전부터 부부는 감정통장에 좋은 감정이 자꾸 쌓이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 마이너스통장이 되면 서로에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 이런 사실을 모르는 부부들이 참 많다.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 친절하다면?
그 끝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