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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위안부>를 읽고

군수품인가 전리품인가

by 빅토리아

대법원에서 이 책에 걸린 소송에 무죄판결을 내린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1심 판결은 2017년, 대법원 판결은 2023년이니 저자 박유하는 명예훼손죄로 7년 이상 시비에 시달렸다.

사실 시비가 발생한 이후로 이 책을 읽어봐야 생각했지만 그러질 못했고 이번에 상호대차를 통해 대출을 받아 읽어보았다. 꽤나 흥미롭게 읽었다고 하면 나도 손가락질당하려나? ㅎㅎ


나 또한 개화기와 식민지시대에 대한 논문을 썼기 때문에 1900년대 전후부터 45년 해방까지 정치와 사회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일반인들보다 좀 높다고 생각한다.

1차 판결에서 100군데 이상 명예훼손된 문장을 지적받은 초판은 2쇄에서 수정되었다 하는데 내가 읽은 책은 초판이었다.

그래서 수정된 문장이 어떤 부분인지 비교할 순 없었다. 또 그렇게까지 조사할 만큼 학구적이지 않았다. 다만 매스컴에서 듣고 읽은 위안부 관련 기사만으로 식민시대에 행해진 고난의 10여 년에 걸친 위안부를 단순히 판단하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 또한 정대협의 주장이 위안부를 위한? 아니 우리 민족의 분노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얼마나 어리석은 군중 중 한 사람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하게? 든 생각을 적어본다.


- 저자는 학자이며 연구자이다. 오래된 여러 자료를 찾아 맥락적으로 연결하여 분석하는 능력이 있다.

- 꽤나 친여성적으로 글을 쓴다. 책 소재가 여성에 관한 국가의 횡포를 밝히고자 하는 의도가 각 장마다 자주 드러나고 있다.

- 여성의 감정선을 잘 이해하고 서술한다. 내레이션 된 여성의 말에서 느껴지는 밝히기 어려운 사실적 감정선을 잘 읽어내고 있다. 여성만이 찾아낼 수 있는 묘한 느낌이다

-위안부에 대한 사죄 주체는 군국주의 체제였던 일본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가부장가족제의 피해자인 동시에 사회적 약자였지만 그녀들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은 그 모든 걸 제치고 일본이 일으킨 전쟁으로 인한 일상의 파괴에 대한 책임은 분명 일본정부에 있다고.

-전후 일본정부가 위안부 보상에 대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자세히 나와있다. 나름 일본정부의 사죄와 일본국민의 지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대협이 세계 여러 국가 단체와의 연대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반응을 이끌어내고 유엔이사회의 호응을 얻어낸 건 정대협이 여성인권 향상에 기여했다고 본다. 그러나 나의 평가는 딱 여기까지다.


숲만 보면 억울하고 분한 나무들로 이루어져 있다.

산을 보면 산을 지탱하는 나무들 반 이상은 기울어진 고갯마루 기슭에 늘 그렇듯 생존하고 있다. 개간할 수 있을까? 산을 평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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