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좋은 나라
종합병원 첫 진료처인 A병원에서 먼저 수술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나보다 훨씬 더 건강에 대한 염려와 지식이 장착된 딸은 종합병원 한 군데의 진료만으로 수술을 바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최소 3명의 전문의사의 소견을 듣고 결정해야 한다고 나에게 말해줬다.
다행인 것은 여러 가지 암 중에서 가장 덜 위험한 부분의 암이란다.
우리나라 최고의 시설과 의료진을 갖춘 대형병원 3곳을 다 다녔다. 내가 직접 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약과정의 애로사항을 잘 모르지만 세 병원을 방문하면서 조금씩 차이점을 알게 되어 기록한다.
모든 병원에서 진료예약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예약일시, 준비물, 오는 방법, 진료 전 일정 등등 잘 읽어보고 그대로 진행하면 될 것 같지만 막상 가 보면 붐비는 건물 안에서 내가 갈 곳을 찾는 게 그리 만만치 않다. 병원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내하는 분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묻고 도움을 받으면 된다.
** 첫 방문 시 중요한 거**
1. 잘은 모르지만 종합병원 진료를 받으려면 반드시 1차 병원의 진료의뢰서를 지참해야 한다.
나는 3곳의 병원을 가기 위해 3장의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 1차 병원을 3번 갔다. 처음엔 그 의뢰서의 중요성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이 의뢰서가 없으면 진료비가 좀 많이 나온다. 제출한 각각의 종합병원 수납처에서는 그 진료의뢰서를 돌려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잘 모른다. 국민건강보험 규정에 의한 것 같다.
2. 종합병원을 갈 땐 대중교통 이용하기.
대형병원이라 주차장도 엄청 넓고 잘 되어 있지만 정말 아주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자가용으로 방문한다. 왜냐하면 아픈 환자를 대중교통으로 모시긴에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불편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첫 방문이라 아들이 자동차로 나와 동행한다. 진료예약시간 1시간 전에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거의 만차인 주차장에서 30분 이상 뱅뱅 돌면서 빈자리를 찾아다녔다. 도저히 기회가 없어 내가 내려 출차하는 곳을 찾아 자리를 맡았지만 아들의 차가 올 때까지 3분 동안 나는 3대의 운전자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 (아주 화난 얼굴과 목소리로) 그렇게 자리를 잡아 놓으시면 안 돼요. 다들 같은 입장이란 말이에요"
" 죄송합니다. 제가 첫 방문이라.... 진료시간이 급해서요..."
" 저희도 몇 번 빙글빙글 돌고 있단 말이에요... 그러시면 안 되죠 ( 아주 큰 소리로)"
" 네네 죄송합니다. 다음엔 안 그럴게요...."
뻔뻔한 할매가 될 수밖에 없었다. 복불복 주차자리 잡기다. 내 차가 지나가면 출차하고 내 뒤차가 먼저 주차하니 정말 주차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후후후 평소에는 엄두도 못했던 염치없는 행동도 하게 되었다.
3. 병원출입증이 필요하다.
S병원과 M병원의 출입은 제약이 없다. 누가 환자인지 보호자인지 또는 그냥 방문객인지 입구에서 검사하지 않는다. 쓱~~~ 본인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가면 된다.
하지만 H병원에 갔을 땐 병원 입구에서 잠시 당황한다. 다들 지하철 탈 때처럼 뭔가를 찍으면 통과시키는 게이트가 있었다. 진료 전 보내는 안내문에 환자번호를 부여하고 건물에 들어가기 전 입구 옆에 있는 기계에 번호를 기입하면 바코드가 찍힌 출입증이 나온다. 당일 방문하는 환자와 보호자 1인만 병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또 진료가 끝나고 수납을 하면 실물환자카드를 발행해 준다. 아마 다음번엔 그 환자카드에 찍힌 바코드로 바로 입장이 가능할 것 같다. 음..... S병원과 M병원과는 이 부분이 확실하게 다르다.
사실 실물환자카드는 좀 귀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른 두 거 병원은 카톡친구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고 첫 방문 이후의 일정은 카톡으로 조정가능 한 것으로 보인다.
3대 병원은 아니지만 처음 간 A병원의 디지털체계는 다른 세 병원보다는 확실히 기반이 잘 되어 있다. 혈액검사 결과도 앱으로 다 볼 수 있게 되어있고 뭔가 환자친화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3대 종합병원을 다니면서 사실 좀 놀랐다. 어느 병원이든 정말 환자가 많았다. 아침 9시 진료라 30분도 더 일찍 도착했는데도 많은 환자들이 이미 뭔가 수속 중이었고 대기 중이었다.
지금까지 큰 병 없이 지낸 것에 감사할 뿐이다. 수술은 3대 병원이 아닌 처음 진료받은 A병원으로 결정하는 과정에 모두 7번 진료를 받는다. 각각 다른 전문의한테 비슷한 소견을 들었다.
말 그대로 의료쇼핑 한 것이다. 뭐 내 뜻은 아니지만 엄마를 걱정하는 딸의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 말수는 줄이고 자녀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주는 것이 부모가 할 일이다.
그들이 훨씬 세상일에 밝고 좋은 정보를 잘 알고 실행력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 든 나의 생각은 정말 점점 구식이 되어가고 있다. 후후후 지금부터라도 젊은 세대의 의견을 존중해야 더 나이가 들어도 내 고집을 부리지 않아 자식들과 사이가 잘 유지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