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식이 덕분에 호강한 이야기

세대교체의 전환기

by 빅토리아

난생처음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었다.

60 중반까지 큰 병 없이 살아왔고 지금까지 스스로 내가 큰 병에 걸릴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나완 다른 체질을 가지신 친정엄마는 소고기를 가장 좋아하셨고 가리시지 음식 없이 잘 드셨고( 참, 고등어는 안 드셨다) 큰 병 없이, 다만 젊어서부터의 과체중으로 일찍 무릎통증으로 고생하셨으나 80세에 인공관절수술을 하시곤 가실 때까지 속병이 없으셨다.


건강에 대해 늘 안심할 수는 없는가 보다. 좀 자만했다고나 할까? 반성은 아니나 좀 더 진지하게

' 노화에 대한 준비는 50세 이후부터는 제대로 해야 하는 거구나.' 생각한다.


아무튼 1차 의료기관의 검진결과, 종합병원으로 보내는 의뢰서를 가지고 다행히 집 근처에 있는 종합병원의 진료예약을 하고 가게 된다.

지금까지 종합병원에 갔던 적은 입원환자를 방문할 때뿐이었기 때문에 병원 예약이나 수납, 검진 등등 전혀 그 절차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런데 그 쉽지 않았던 예약부터 주치의 선정까지 그 모든 걸 딸이 주관해서 하는 걸 보고 살짝


' 이거 뭐지?'

' 나도 다 알아서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는데?'

' 연차를 내고 병원에 동행한다고... 안 그래도 되는데...'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지만 나는 아무 말 않고 딸애가 하는 대로 따랐다.

A종합병원 전문의를 찾아 그 의사의 진료를 예약해 놓고 그 병원 출신의 개업의의 병원도 예약해 당일 2군데의 진료를 받게 했다.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3군데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딸의 의견이 그렇다니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은 늘 집 근처 개인병원에만 다닌 터라 종합병원 시스템은 처음이지만 뭐.... 문자로 안내를 자세히 해 주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을 텐데도 계속 주의를 주며 하나하나 딸애가 나보다 먼저 수속을 받는 것이다.

병원수납직원과의 업무, 진료의뢰서 준비, 샘플, CD 복사 등등 생각보다 수속이 간단하지 않았다.


요즘 젊은 직원은 설명을 좀 빠르게 하는 편이다. 1, 2, 3 순서를 알려줄 때에도 미처 나의 뇌회로에 입력하기도 전에 끝나버리고 다시 물으려 해도 민망해서 아는 척하고 만다.

혈액검사, 신체검사, CD촬영, 수납 등등 하지만 진정한 애로 사항은 의사 대면 시 내가 내 증상에 대해 해야 할 질문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이고 내 병에 대한 의사의 의견을 자세히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놓치는 것이 생긴다.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과 딸애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이 다른 것이다. 의사는 분명히 말을 해 주었는데 나는 그 말의 중요성을 미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종합병원에 가면 어쨌든 검사해야 할 것이 많다. 일차 병원에서 했던 것들도 또다시 하기도 하고 좀 더 자세히 부위를 보기 위해 정밀검사를 하기도 한다.


같은 과에서도 어떤 의사를 환자가 많이 대기해 있기도 하고 어떤 의사는 대기인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지명도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걸 보면 얼굴 알리는 홍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알게 된다. 다만 홍보전략에 휩쓸리지는 않을, 그런 자세는 필요한 것 같다.

딸애는 검색을 통해 유명의사 예약을 했기 때문에 나도 그 바쁜 유명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다.

그리고

또 다른 유명의사가 개원한 병원으로 향했다. 하루에 2곳을 예약해 놓았기에 어쩔 수 없이 딸애의 의견을 따르기도 한다. 그 병원에서도 딸애는 의사와 면담 시 하나하나 질문하고 치료방안에 대해 자세히 물어본다. 환자인 나는 사실 별 질문한 것이 없었다. 속상해하고 조급해 봤자 나에게 이로운 게 없을 거란 생각 때문이다.


생각보다 딸애가 조사도 잘하고 담당의사도 잘 찾아내고 병원에서의 수속도 원만하게 처리해 내가 할 일은 딸애 옆에서 가만히 서있는 것뿐이었다. 오잉?

자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일은 거의 스스로 해결하는 유형이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처리하질 않았다.

그래서 딸애에게 물었다.


" 일한다고 시간내기 힘들 텐데 왜 이렇게 병원까지 와서... 고맙기 한데 엄마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 그렇긴 한데 <폭싹 속았수다> 를 보니 종합병원에서 늙은 애순이가 헤매는 걸 본 관식이가 딸한테 그러더라고.. 엄마가 병원올 땐 꼭 같이 와서 엄마 힘들지 않게 하라고 아이유(극 중 금명이 역)한테 말하던데..."


'그랬구나. 후후후 그래 그 장면이 생각나서 병원까지 찾아주고 동행하고... 고맙기도 해라'


내가 아무리 디지털에 능하다 해도 역시 젊은 딸보단 이해도가 낮다.

내가 아무리 걸음이 빠르다 해도 헛디디면 다친다.

누군가 하는 말을 완전히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젊은 사람의 대화체를 제대로 알아듣기 어렵다. 등등


이번 일로 모처럼 사회활동 중인 젊은 세대를 많이 접했다. 그들이 사회의 핵심이다. 지난 세월이 가져다준 연륜이 딸애를 비롯한 젊은 세대를 따뜻하게 보게 한다.

너희들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구나.

고맙다. 나이 듦을 인정해 줘서.

고맙다. 따뜻하게 대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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