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인 젊음을 탐하다
영국영화. <Good luck to you, Leo grande>를 보고 싶었다. KT케이블에서 1편에 5500원이라 더 싸게 보려고 한동안 기다렸으나 여전히 같은 가격이었다. 그래서 프라임팩을 한 달만 가입할 예정으로 신청하고 찾아서 봤다.
남편을 2년 전 사별한 중학교 종교교사인 낸시. 아마 50대 중반의 나이로 설정된 것 같다. 나는 그녀가 젊은 아들뻘 남자를 섹스파트너로 구매(?)하고 4번의 잠자리를 하면서 그 젊은 남자 리오와 나눈 대화에서 웃음이 나왔다.
' 어쩜~~~~이렇게 비슷할까'
내가 줄곧 아음에 담아두고 있던 생각들을 그녀의 입을 통해 듣고 있었다.
1. 그 남자의 아내로서
여자들은 보통 남자의 사랑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교육되고 길러진다. 사회 구조상 맨 상층의 종은 남자가 확실하다. 어느 나라든지 마찬가지 먹이피라미드의 구조는 같으며 견고하다. 이 사실을 남자들은 너무나 일찍부터 체득되어 입으론 양성평등적이라고 항변하지만 그 말은 목에서만 나오는 남자들의 주장일 뿐이다. 말은 머리에서 나오기도 하고 가슴에서도 나오기도 한다.
너무도 오랫동안 여자들은 그 상층부의 남성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역사책을 뒤적이지 않아도 된다. 현재부터 지난 100년까지의 가족관계, 부부관계, 가족관계 만 보더라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여자들은 남자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아버지를 위해 자녀들이 얼마나 눈치를 보고 입을 다무는지 아들을 위해 엄마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이 모든 행위들을 보아온 여자들은 자연스럽게 남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 본능처럼 작용하고 있다.
낸시는 말한다. 남편과의 섹스에서 한 번도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으며 남편의 흥분을 위해 할리우드액션을 했다고.
대부분의 여자들이 잠자리에서 그런 액션을 한다는 걸 많은 남편들은 알고도 자신의 성적 능력에 대한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그 액션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진실이 두려운 것이다.
남자의 기를 살리기 위해, 아니 그래야만 한다고 여자들은 알고 있다. 어리석은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남자들은 여자보다 심리적으로 강한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사회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약한 자는 짓밟힐 수밖에 없어 남자들은 그와 같은 환경에 적응하였으나 여자에게만큼은 강자이고 싶은 어떤 본능적 욕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실을 여자들은, 아내들은 너무나 잘 길들여진 채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랑. 사랑?
결국 사랑이란 남자가 여자를 길들이기 위한 수단으로써만 작동된다는 생각이다. 나이 들어보니 정말 낭만이 없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나는.
남자의, 남편의 사랑으로만 사는 인생이 아닌데 왜 나는 이렇게 늦게 깨달은 걸까?
소설과 드라마와 영화와 그 밖의 내가 읽고 보고 느꼈던 그 많은 관계에서 내가 아는 이 사실에 진정으로 가장 가까이 접근한 건 어떤 것이었을까? 이제 그걸 함 찾아보고 싶다.
사별로 인해 인간 본연에 더 가까이 접근한 낸시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2.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남자
리오 그랜드. 세상에 저렇게 직업에 충실할 수 있을까.
여자 감독이라서 그랬을까? 지금까지 나는 영화에서 저렇게 여자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대하는 남자를 본 적이 있는지 의문이다.
오래전 리처드 기어 주연의 <아메리칸 지골로>란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 속의 남주인공도 같은 직업군이었지만 아마 남녀 간의 사랑에 더 비중을 둔 것으로 기억된다. 여자를 진정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멋진 외모로 그녀들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켜 주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가물가물하지만 리처드 기어의 멋진 외모를 관리하던 여자보스의 옷 입히는 센스는 확실히 기억난다.
1985년 개봉작이라 무려 37년 전이라니..........시대가 참 늦게도 변한다는 생각이다.
그때는 돈 많은 여자들이나 하던 놀음이었는데 이젠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놀이가 되어버렸다.
아무렴 강산이 4번 변했는데 이 정도밖에 변하지 않았다니 그게 더 놀라운 일이다.
여자들의 버자이너를 통한 욕망을 값싸게 취급하지 않는 리오의 태도는 놀랍다. 계속 낸시의 마음을 읽으려 하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말로 표현하게 하는 리오의 부드러움에 나 자신도 사랑이란 감정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우와~~
평생 살아오면서 리오같이 상대방의 어색함을 견뎌가며 진정으로 이해하려 노력하는 남자를 난 만나보지도 못했지만 있다고도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
20대의 젊은 남자가 리오만큼의 몸매관리는 할지언정 리오만큼의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여자의 나이대에 겪는 고통과 말하지 못하는 불만을 토해내게 하여 진정 편하게 남자의 성기를 버자이너 안으로 삽입시키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몇 번의 만남으로 처음과 다르게 본인을 대하는 고객에 대해서도 짐작을 하고 대처하는 리오의 모습에 나는 아주 멋짐에 박수를 쳤다.
우리나라 남자들이 보여주는 분노할 때의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상대방의 지나친 도덕적 우월감을 논리적이고 상대방이 스스로 염치를 깨닫게 해주는 방법이 아주 보기 좋았다. 상대방을 굴복시켜야 만족하는 거친 방법이 아닌 적당한 선에서 상대방이 잘못을 인정하게 하는 분노가 영국 스럽다고 해야 할까? 아님 교양 있는 방법이라고 여겨야 할지. 암튼 남자들이 배워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리오라는 배역을 잘 소화한 남자배우의 연기는 참 적절했다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