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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토리아 Apr 02. 2024

나에겐 당신이 로또야

  4월 1일은 누구나 다 아는 만우절.

예전엔(?)이라 쓰고 보니 왠지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그래, 학생 때나 직장생활을 할 때라는  표현이 더 낫겠다.  아무튼 이 날은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웃음이 팍~ 터지는 하얀 거짓말을 해야 하는 그런 날이었는데 어느 순간 특별히 만나야 하는 지인의 수가 줄어들고 게다가 이제 그런 만우절 농담을 웃어넘기는 이들도 가까이에선 없어지는 추세다.  만우절이란 날조차 잊고 사는 것 같아 나조차 좀 한심하다 여겨진다.


  다행히

4월 1일에 행사가 있었다. 100명 이상 모이는 큰 행사지만 아무래도 만우절 거짓말 장난을 격이 떨어지는 대화가 여기는, 나이 든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하지만 난 이 모임에서 한 번은 만우절 거짓말을 하려는 준비를 했다.  썩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노력으로 이루어내는 유형의 사람인지라 그럴듯한 농담을 준비하고 모임의 무대에서 한 방 터뜨렸다.  이렇게


" 여러분,  제가 어제 로또 1등에 당첨되었습니다. 다 응원해 주신 여기 계신 여러분에게 각각 100만 원씩 드리겠습니다. 1등 상금이 20억이더라고요.  근데 세금  22%을 제하니 한 15억이라 인원수를 계산한 결과이니 적다고 아쉬워하진 마십시오"


라고 했더니  바로 여기저기서 웃으면서 나오는 말


"오늘은 만우절~~~"


맞습니다.  넘 재미없는 만우절 거짓말이었죠. 노력한 만우절 거짓말 한 번 써먹고 한 번 웃겼다는 걸로 만족합니다.  근데  로또 2차는 행사 이후 커피집에서 열렸습니다.


  " 요즘 로또가 유행이래.  너희들 아니?  나는 어제 울 남편한테 말했어.  나에겐 당신이 로또야.  그랬더니 울 남편이 입이 찢어지며 좋아하잖아  글쎄?   정말 로또라는 의미를 모르고 있더라고. 그래서 로또의 진짜 의미를 말해줬어"

"  그 로또의 의미가 뭔데 ??? 로또 1등 당첨 한 번 되어봤으면 좋겠구만"


" 맞추기 넘 어렵다는 게 로또잖아?  평생 로또를 사도 1등 당첨되겠니?  남편도 그런 존재잖아. 맞추어도 맞추어도 맞춰지지 않는 로또 같은 존재 아냐?"

" 맞는다. 평생을 살아도 맞춰지지 않는 존재,  바로 남편.  푸하하하~~~"


그래도

" 당신은 내게 로또였어"라는 말을 하면 남편들은 다들 그렇게 좋아한다 하니 이를 어쩌나!!!

유행어에 전혀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은퇴한 남편들. 와이프 핀잔을 칭찬으로 알아듣고 입 벌어지는 순진한 남편들.


 부부가 결혼하고 오랜 세월 동안 살아가면서 서로 조금씩은 노력하겠지만 글쎄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남녀가 맞춰지지 않는다는 걸 진즉 알았다면 어땠을까?

처음부터 맞춤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다면 부부가, 남녀가 서로 더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까?

60년 이상을 살아내고서야 깨닫는, 남녀는 정말 너무 다른 종족이라는 거.

이해는 하더라도 절대 맞추려는 피나는 노력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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