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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토리아 Apr 04. 2024

문화센터 할배의 mansplain

  10여 년 전 일본의 평생교육시스템의 일환으로 시행 중이던 주민센터의 문화강좌를 취재한 방송을 본 적 있다. 그때 일본의 선진화된 평생교육시스템을 무척 부러워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10년 만에  일본의 수준을 따라잡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이유다.

은퇴 후 초기엔 듣고 싶은 강좌가 많이 않았는데  점점 실용적인 강좌, 건강을 위한 강좌, 인문학 강좌, 예술 강좌 등등 급속도로 생겨나 나는 그중  어학강좌를 신청하고 2018년부터 다니고 있다.  코로나시기에 한 2년 휴강되었지만 다행히 처음과 같은 원어민선생님에게 배우고 있다. 외국어를 배우고는 있지만 참 늘지는 않아 늘 나에게 군밤을 먹이곤 한다.  그래도 드라마를 보다가 이해할 수 대화가 들린다는 게 그나마 쉬지 않고 계속했기 때문이라 나를 격려한다.


 매년초 1월에는 수강생이 많아 의자가 모자라기도 한다.  그러다가 몇 개월 지나면 찐 멤버들만 남는 걸 몇 년 동안 보아왔기 때문에 1월의 부산함은 그러려니 한다. 그동안 꽤 많은 수강생들과 공부하면서 그들의 공통된 수업 중 태도를 보고 나는 2010년도 미국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였던 mansplain* 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를 합친 단어로, 어느 분야에 대해 여성들은 잘 모를 것이라는 기본 전제를 가진 남성들이 무턱대고 아는 척 설명하려고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아무래도 강좌가 낮시간이기 때문에 젊은 직장인들은 수강불가라 주부와 은퇴남성들이 대부분이다. 강좌는 초급과정이었으나  완전 나처럼 입문자가 있는 반면 그 나라와 해외무역업무를 담당하여 꽤 능숙한 실력을 가진 은퇴남성들도 몇 명 있었다.  바로 이 남성분들.  아!!!

원어민 선생님은 아주 성실하고 경력이 많아 수강생 수준에 맞게 잘 가르치는 여자분이며 물론 한국어도 능통한 편이시다.

어학교재는 거의 실생활 회화 중심이기 때문에 경제 용어, 역사 용어 등이 가끔씩 실려있다. 바로 그런 단어가 나오면 이 남성분들은 mansplain을 시작한다. 어떻게?


1. 그 남성이 근무했던 회사에서 그 나라와 무역했던 얘기..( 하나도 궁금 안 함)

2. 그 남성이 알고 있던 그 나라의 역사 얘기..(나는 더 잘 알고 있는 내용임)

3. 그 나라를 여행할 때 경험했던 얘기..( 10년 전 상황이랑 지금이 같나요?)

4. 혹은 선생님이 말한 단어가 틀린 게 아닌지..(완전 잘난 척 아님?)

5. 해외 근무 중인 자녀와 손자가 얼마나 외국어를 잘하는지..(수업시간 입니다요)


  몇 년에 걸쳐 오가는 은퇴할배 수강생 중 몇 분은 이런 mansplain을 하려는 기회를 찾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주부수강생들은   다들 속으로만 불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수업 중엔 그런 얘기하지 말고 궁금한 것 있으면 수업 끝난 후 하시라고 말도 하지만 이런 할배들은 정말 눈치도 없는지 기회만 되면 선생님을 독차지하고 자신의 질문과 얘기로 우리 수강생의 시간을 갉아먹는다. 그러고도 전혀 미안해하지도 않고 오히려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 남성의 시각으로 보면 초급 수준인 나를 비롯해 가정주부들인 여성들 앞에서 "나는 이런 사람이었어"  하고 자신의 화려한 과거를 저렇게나마 자랑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겸손하고 배려하며 품위있게 나이 들어가는 할배를 보고 싶다.  쉽사리 버럭 하는 할배도 보고 싶지 않고요.

우리 나이 든 할매들은요 스스로 입 다물고 말하지 않아도 할배들의 성품이나 인격을 한눈에 알아본답니다. 젊은 날 잘 나갔다고 자랑한다고 대우해주지 않는답니다.

제대로 나이들기 힘듭니다.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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