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 만큼

by 영진


“아저씨는 왜 사냥을 나가지 않아요?”

“장마잖아.”

하늘이 갠 날도 총을 잡지 않았던 신포수였다.

“비 그치면 나갈 거예요?”

그는 대답 대신 포수막에 쌓인 양식을 둘러보았다. 쌀과 소금, 된장은 장마가 한 달은 계속되어도 걱정할 게 없었다.

“내가 사냥을 나갔으면 좋겠냐?”

“포수로 살아가려면 사냥을 해야 하고, 사냥을 하면 한 마리라도 더 잡아야 하잖아요.”

“왜?”

“농부는 농사를 짓고, 어부는 고기를 잡고, 사냥꾼은 사냥을 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게 정말 같은 걸까? 농부가 논에서 벼하고 같이 살고, 어부가 바다에서 고기들과 같이 살아? 포수는 산에서 짐승들과 같이 살아. 농부와 어부는 사람의 질서 속에서 살지만 포수는 짐승의 질서 속에서 사는 거야. 산이 내게 내주는 몫만큼 잡는 거지. 여우에게는 여우의 몫이 있고, 늑대에게는 늑대의 몫이 있고, 범에게도 범의 몫이 있듯이.”

“그 몫이 대체 얼마예요?”

“먹고 살 만큼. 여우도, 늑대도, 범도 그 이상을 사냥하지는 않아. 나도 여우나 늑대, 범처럼 내 몫만큼 사냥을 하며 이 산에서 짐승의 하나로 살아가는 거야. 그게 짐승의 질서고, 산돌이도 그 질서 안에서 죽은 거야.”


-방현석, <범도 1>, 문학동네 2023, 5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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