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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의 죄

by 영진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예일대학교의 윌리엄 노드하우스는 기후 변화의 경제학을 전문 분야로 삼고 있다. 그런 인물이 노벨상을 수상했으니 기후 위기와 직면한 현대 사회에 바람직한 일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노드하우스의 수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왜 그랬을까? 비판하는 이들이 도마 위에 올린 것은 노드하우스가 1991년 발표한 논문이었다. 이 논문은 노드하우스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게 해준 일련의 연구에 발단이 되었다.15

1991년은 냉전이 막 종결된 시기로, 세계화가 진행되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격히 증가하기 직전이었다. 당시 노드하우스는 누구보다 먼저 기후 변화 문제를 경제학에 끌어들였다. 그는 경제학자답게 탄소세 도입을 주창했고, 최적의 이산화탄소 삭감률을 정하기 위한 모델을 만들어내려고 했다.15

문제는 그가 이끌어낸 최적의 답이었다. 노드하우스는 말했다. 너무 높은 삭감률을 목표로 정하면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만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그런데 노드하우스가 설정한 ‘균형’이란 너무나 경제 성장 쪽으로 치우친 것이었다. 노드하우스에 따르면 우리는 기후 변화를 지나치게 걱정하기보다 하던 대로 경제 성장을 계속하는 게 낫다. 경제가 성장하면 세상이 풍요로워지고 새로운 기술도 태어난다. 경제 성장을 계속해야 미래 세대가 고도의 기술을 이용해서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 경제 성장과 신기술 개발을 계속할 수 있으면 굳이 현재와 같은 수준의 자연환경을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필요가 없다. 노드하우스는 이렇게 주장했던 것이다.15-16


노드하우스가 제창한 이산화탄소 삭감률을 준수하면, 지구의 평균 기온은 2100년까지 무려 섭씨 3.5도나 올라가 버린다. 이 말은 경제학이 도출한 최적의 답은 ‘기후 변화에 실질적으로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뜻이다.16


2016년에 발효된 파리협정의 목표는 2100년의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2도 미만(가능하다면 1.5도 미만) 상승하도록 억제하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과학자들은 파리협정의 2도 미만이라는 목표조차 대단히 위험하다고 경고한다.16


세계 전체의 GDP(국내총생산)에서 개발도상국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긴 하다. 또한 기온이 3.5도 상승하면 전 세계의 농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텐데, 농업 역시 세계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4퍼센트에 불과하다. ‘겨우 4퍼센트인데 괜찮지 않나? 아프리카와 아시아 사람들이야 피해를 입든 말든.’ 이런 발상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연구의 이면에 있는 것이다.16-17


환경경제학이 강조하는 것은 자연의 한계이자 자원의 희소성이다. 희소성과 한계를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분배를 계산하는 것이 경제학의 특기이다. 그래서 환경경제학이 도출해낸 최적의 답은 자연과 사회에 ‘윈-윈’인 해결책이라고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는 느슨한 기후 변화 대책이 정당화되고 있다.17




ㅣ출처ㅣ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기후 위기 시대의 자본론

사이토 고헤이, 김영현, 다다서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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