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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취글

글, 사람, 관계

by 영진

눈이 부시게 햇살이 따사로웠던 늦은 가을 글과 사람과 관계를 만났다. 글을 쓴다는 건 사람을, 관계를 쓰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은 사람이 쓰는 것이고 사람은 관계를 떠나서 살 수 없는 것이다.


글이 사람과 관계를 소재로 쓰인다는 말이 아니라 글을 쓴다는 행위, 그 행위의 결과인 글 자체가 사람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이겠다. 글을 쓰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은 사람의 관계를 산다고 할 수 있을 것인데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을, 관계를 짓는 소중한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짓는 창작에는 고통이 따른다. 그 고통의 시간이야말로 창작의 원천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크고 작은 고통을 통한다는 점에서도 글을 짓는 행위는 사람과 관계를 짓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통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물음은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늦은 가을의 만남은 글을 쓰는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50여 일 전 고통을 쓰며 고통을 통과하고 있는 작가를 만났다. 나는 이내 그 고통에 고통의 글에 빠져들었다. 어느새 나는 그 고통과 함께하고 있었다. 고통을 나누며 고통을 함께 쓰고 있었다.


그 작가의 고통은 내가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고통이었기에, 그 고통 속에서 아파하며 눈물 흘리면서도 그 고통을 뚫고 나가려는 그 글들은 매혹적이었다. 오랜 시간 고통과 사투를 벌여온 흔적을 눈물로 새기고 있는 것만 같던 그 글들은 그 자체로 이미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있었다.


나는 그 글들에 매혹되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그 작가의 글에 매혹된 것 마냥 그와 고통을 나누며 그의 고통에 동참하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그들 중 일부 작가들의 바람으로 우리의 눈부신 늦은 가을의 만남은 이루어진 것이다.


그 작가에 매혹된 사람들의 만남이었으니 그를 만난다는 설레임에 기꺼운 준비의 시간에서부터 온통 즐거움으로 가득찼다. 우리는 설레임과 어색함이 교차하는 시간을 지나 이내 서로의 온기와 이야기와 음식과 술과 글로 하나 되어 있었다.




우리를 매혹 시킨, 매혹당한 우리에게 고통 속의 즐거움을 선사해 준 Ubermensch 작가님께 포옹과 함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함께여서 행복했던 임경주 작가님, 감백프로 작가님, 선후 작가님, 까마귀의발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2025.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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