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취글 프로젝트를 기다리며, 작가님들과의 단톡방에서 망설여지던 이야기가 있었다.
정신과에서 새로 받은 편두통 약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약을 3~4일 정도 먹고 중단했고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약의 부작용은 '인지 기능장애'였는데 술을 먹지 않아도 취한 것처럼 필름이 순간순간 끊기면서 멍해지거나 두 자릿수 덧셈을 하는데에 5분 이상 걸리기도 했다. 내 직함이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기도 하고 말 그대로 치매 환자처럼 기억이 안 나거나 테이프가 늘어져 말을 더듬거나 하게 되는 정도였다. 약을 끊었는 데에도 체내에 약 4일 정도 남아 있기 때문에 부작용은 계속 올라올 것이라고 했고 술은커녕 글을 쓸 수 있을지 조차 알 수 없었다.
드디어, 작가님들을 만나러 가는 날. 상태가 괜찮아진 것 같아서 별 고민 없이 장거리 운전을 시작했다. 운전을 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갔는데 종종 멍해지며 페이드 아웃이 되고 친구는 말이 없는 나를 부르며 정신 차리라고 몇 번을 깨웠다.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한 작가님이 차번호를 물어보셨을 때 아무렇지 않게 이상한 번호를 말씀 드려놓고 뒤늦게 그 번호가 내 차번호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너무나 기대하는 자리였는데 하필 이 중요한 날.. 나는 실수를 할까 너무 걱정되었지만 다행히도 그 걱정은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내가 실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아마도 그것은 작가님들이 한켠 한켠을 구태여 짚어내지 않고 자연스레 품고 넘어가 주신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올라오는 차 안에서 한분 한 분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담아 짧은 편지를 남기기로 했다.
†Dear 임경주 작가님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솔직히 제정신이 조금 바빴습니다. 가끔 이상한 농담을 하시면 왜 그러시지 싶은 적도 있었고요. 그런데 브런치에서 써 내리신 글들 읽어보고는 확실히 그 안에서 작가님의 직업 모먼트. 진지함과 반짝임을 종종 보았습니다. 그 매력에 자꾸만 챙겨 글들 읽어보고요. 실제로 처음 만나 뵈었을 때는 미소 짓게 되었습니다. 아니 정말.... 누가 봐도 소설가 이미지였거든요! 직접 만나 뵙고 나서는 푸근함 따뜻함도 많이 느꼈고요 소설가셔서 그런지 감수성의 깊이도 느꼈습니다. 사실 음식 준비 하시느라 함께 하는 시간 많이 없을까 걱정했었는데 준비 정리 혼자 다 하셔서 더 많은 시간 함께하지 못한 부분 조금 아쉽습니다. 다음 기회가 또 온다면 그때는 임작가님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조금씩 나눠 다 같이 하던지 다 같이 하지 않는 쪽으로 하던지 하는 게 좋겠습니다. 항상 좋게 평가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항상 감사하고요. 주시는 애정의 포장지가 조금 잘못 선정된 것 같아 포장지만 살짝 바꾸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Dear 감백프로 작가님
뵙기 전에 놀라웠던 작가님이셨습니다. 빠른 피드백 언제나 준비된 사람 같은 느낌이었어요. 꼭 필요할 때 나타나셔서 짠 하고 능력 발휘 해주시는 거 참 놀라웠습니다. 마트에서 처음 뵙고 상상했던 이미지와 달라서 다시 한번 놀라기도 했어요. 작가님 글들에서 느껴지는 논리적이고 차분하면서 날카로운 분노가 작가님을 다른 모습으로 상상하게 했었거든요. 다른 작가님들 기다리며 어색하지 않게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른 작가님들이 글을 쓸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 분위기가 어떤지 알게 되는 건 처음이라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작가님을 보면서 티 나지 않게 배려해 주시는 모습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한참 할 때에는 잠시 빠져 계시고 이야기가 끊겨 조용해지면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 꺼내주시는 모습 등이 인상 깊었습니다. 제 얼굴색을 계속 체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Dear 영진 작가님
취글 계획 단계시 작가님 말씀이 많이 없으셨던 터라 브런치 가서 글들 보면서 미리 작가님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집중해 글을 읽으면서 제가 참 많이 작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 막 발걸음 뗀 거고 나는 한참 멀었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책을 좀 더 많이 읽어서 소양을 쌓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뵙기 전에 걱정도 조금 했었습니다. 작가님들 뵈었는데 제가 너무 모자라서 이야기에 끼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그런 걱정이었어요. 하지만 단 한 번도 자리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조곤 조곤 이야기 다 들어주시고 받아주시고 차분하시고 또 그렇다고 재미없지도 않으셨고요. 고민했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덕분에 정말 저는 편안하게 작가님들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조용히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는 아닌 부드러운 영진 작가님의 모습들 좋았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Dear Ubermensch 작가님
말이 필요 없지만 할 말이 정말 많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말이 많으면 반도 못 간다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늘 하고 싶은 말을 85% 정도 아끼고 있어요. 저는 작가님의 팬입니다. 아무리 저한테 스스로가 재수 없는 인간이다 이기적인 사람이다 테이커다 어필하셔도 저는 작가님의 '글'이라는 작품을 애정하고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님의 인성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여전히 작가님이 써내리시는 글들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저는 사람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기보다는 그 속에서 느껴지는 온도를 느끼는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작가님의 실제 모습은 글에서 삐져나오던 따뜻함보다 더 뜨뜻한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 같더라고요. 덕분에 인생에 없었을지 몰랐던 이런 소중한 추억과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많은 영감을 받고 왔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Dear 까마귀의 발 작가님
가장 궁금했던 분이었습니다. 글 속에서 느꼈던 작가님의 마음과 생각이요. 남한테 피해 주지 않으면서도 누가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내길 가는 그 당당함이 굉장히 자존감 높은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설령 자신이 피해를 본다고 하더라고 투덜대지 않고 '그것까지 책임지고 선택한다'는 것 같았어요. 솔직히 저는 그것이 어디서 오는 건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하는 것이요. 작가님께 제가 유난히 장난스레 말을 건 것 같은데 너무 조용한 분을 뵈면 습관적으로 웃겨보고 싶어 하는 습관이 내적으로 조금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살면서 겪어볼 수 없었던 생각조차 해볼 수 없었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어서 저는 그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작가님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시는 걸 들으며 새로운 세계를 상상했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Dear ALL 작가님
평소에 글을 줄이고 줄이려는 편인데 이번의 취글 프로젝트는 인생에 길이 남을 추억이 될 날 같아서 심취해 길이 좀 길어진 것 같습니다. 물론 초반 의도와는 다르게 촉촉하고 (#*@$&한 글들은 나오지 않았지만 처음은 언제나 서툰 법이고 서툴기 때문에 또 다음을 기약할 계기가 되기도 하는니까 저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들의 온도와 분위기를 느끼고 견문을 넓힐 수 있어서 좋았고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