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현대 미학 논의의 출발점” “20세기 가장 중요한 미학 이론서” “비판이론 최후의 결실”이라 이야기되는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미학 이론(Asthetische Theorie)』 완역판이 출간되었다. 아도르노는 『계몽의 변증법』과 『부정변증법』의 문제의식을 미학의 영역으로 옮겨와, 근대 이성의 모순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진리를 드러내고 해방의 가능성을 보존하는 형식이 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철학, 미학, 사회이론 등 다양한 영역에 지속적인 논쟁과 영향을 불러일으키며 오늘날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재적 고전이다.
『미학 이론』은 아도르노 사망 1년 후인 1970년, 문헌학자이자 프랑크푸르트 학파 2세대 연구자인 롤프 티데만과 아도르노의 부인 그레테 아도르노가 그의 미완성 원고와 편집 메모를 정리해 출간한 것이다. 국내에는 1984년 아도르노 연구자 홍승용의 번역으로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이래 스테디셀러로 꾸준하게 읽혀왔다. 40년 만에 새롭게 단장하여 나온 이번 개정판은 기존 번역을 수정하고, 초판에 누락되었던 「부록」과 「서론 초고」 「독일어판 편집자 후기」를 추가로 번역해 수록했다.
아무리 고상한 예술 작품도 경험적 현실의 속박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역사적 순간에 그 속박의 상태에 대해 무의식적이긴 해도 논쟁적으로, 구체적으로 대립하며, 이로써 경험적 현실에 대해 확정적 입장을 취한다. 예술 작품들은 창문 없는 단자들Monaden로서 그것들 자체가 아닌 어떤 것을 ‘표상한다.’ 이러한 사실은 단지 그것들 자체의 역동성, 즉 자연과 자연 지배의 변증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것들의 내재적 역사성이 외부 세계의 역사성과 동일한 본질을 가질 뿐 아니라 이를 모방하지 않고도 자체로서 이와 유사해진다는 점을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미적 생산력은 유용한 노동의 생산력과 동일하며 자체 내에 그와 동일한 목적론을 지닌다. 또한 미적 생산관계라고 할 수 있는 것, 즉 미적 생산력이 자리 잡고 작동하는 모든 영역은 사회적 생산관계의 침전물들 혹은 복사품들이다. 자율적이면서도 사회적 사실이기도 하다는 예술의 이중적 성격은 자율성의 영역에도 부단히 나타난다._(예술과 사회의 관계) 20쪽
예술은 미메시스적 반응의 은신처다. 예술 속에서 주체는 그 자율성의 단계가 변해가는 가운데 타자와 분리되더라도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은 상태로 이 타자와 맞선다. 예술이 그 선조인 마술 활동을 거부한다는 것은 예술이 합리성에 관여하게 되었음을 함의한다. 미메시스적 존재인 예술이 합리성의 한가운데에서도 가능하고 합리적 수단을 이용하기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관리되는 세계인 합리적 세계의 그릇된 비합리성에 대한 반응이다. 자연 지배 수단의 요체인 모든 합리성의 목적이 다시 수단은 아닐 테고, 따라서 비합리적인 것일 터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사회는 바로 이 비합리성을 은폐하고 부인한다. 반면에 예술은 이중의 의미에서 진리를 대변한다. 즉 합리성으로 뒤덮인 그 목적의 이미지를 고수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기존 상황의 비합리성 내지 자가당착을 입증해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_(미메시스와 합리성) 132쪽
아도르노는 『미학 이론』을 완성하지 못했다. 갑자기 찾아온 죽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학 이론』에는 그의 사상이 집대성되어 있다. 여기서 아도르노는 예술의 자율성과 사회적 성격, 대중 기만으로 독점자본의 이익에 봉사하는 문화산업, 진정한 현대 예술의 저항적 의미, 미와 추를 비롯한 주요 미학 범주들의 역사성, 자연미와 예술미의 관계, 예술의 정신 내지 사상내용과 진리내용, 기술과 재료, 형식과 내용, 미메시스와 구성, 내재비판 및 변증법적 미학의 필요성 등등 예술과 미학의 주요 문제들에 대해 나름으로 근거 있는 답을 내놓고 있다. 아도르노의 답이 최종적이거나 유일무이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의 밀도 높은 논의들은 오늘날에도 진지하게 읽고 논쟁할 만한 통찰과 자극들을 풍부하게 제공한다._(옮긴이 해제) 801쪽
ㅣ출처
미학 이론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지음, 홍승용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5.
원제 : Asthetische Theor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