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긴 호흡으로 생각하는 자에게는 실패도 성공도
없습니다. 오늘이라는 날은 항상 숲으로 이어지는
길의 입구 같습니다. 긴 호흡으로 생각하는 자들은
결코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틀렸다고만
합니다.
[정혜윤, 사생활의 천재들, 76]
113
“천재란 스스로의 절도를 창조해내는 반항이다.”
절도 있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우리를 천재적으로
만듭니다. 그런데 이것은 아마 자기 삶의 용감한
관찰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자기에게
가장 좋은 일을 자기 스스로의 판단력으로
찾아내려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정혜윤, 사생활의 천재들, 76]
114
저는 자신의 한계에도 장점에도 고통에도 행운에도
똑같은 자세를 취하는 사람이 좋습니다.
한계는 한탄하고 장점은 과장하는 그런 태도 말고요.
한계도 장점도 길을 내딛는 하나의 원료로 쓰는 거지요.
어차피 한계와 결핍과 고통에서 모든 중요한 것들이
다 나옵니다.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서글픈 일은
아닙니다. 고통이 없다면, 고통이 없기만 바란다면,
고통이 없는 척한다면, 고통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둔다면 우린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할 것입니다.
[정혜윤, 사생활의 천재들, 77]
139
우리의 삶은 생물학적 ‘사실’과
인간적 ‘가치’ 사이 어딘가에, 간밤에 꾼 꿈의
흔적처럼 흐릿하고 신비롭게 묻어 있다.
그런데 우리가 향하는 곳이 죽음만은 아니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자기 자신이기도 하다.
우리는 인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에
스스로를 맞춰가고, 그 방법을 통해서만
자기 자신이 되어가고 자기 자신을 향해 다가갈
수 있다. 그녀는 이런 방식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혼란을 겪는
대신 자신을 실현해냈다.
[정혜윤, 앞으로 올 사랑, 96]
147
나는 이제 내가 사랑해온 세계의 깊은 상처를 본다.
현재와 미래, 자연과 인간, 나와 타인, 이 모든 영역에서
길을 잃은 우리를 본다. 그러나 우리는 슬픔의 중지를
원할 수 있다. 불안의 중지를 원할 수 있다.
고통의 중지, 죽음의 중지 또한 원할 수 있다.
길을 잃을 때는 이야기를 미래의 관점에서 볼 줄
알아야 하고 앞날이 알고 싶다면 지향점과 방향성이
가리키는 쪽을 봐야 한다. 우리 시대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삶의 방향성을 바꾸는 것 뿐이다.
[정혜윤, 앞으로 올 사랑, 283~284]
148
보르헤스는 미래를 위해서 모든 사람이 모든
아이디어를 내는 세상을 믿었다. 희망은 모든 사람이
새 출발 해야 한다는 생각 속에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전과 같이 살기를 원치 않는 것’,
이것이 이 시대 희망의 말이다. 우리를 둘러싼
인간 조건은 절대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 조건은 계속 가혹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사랑을 보고 싶다.
이 위험한 세상 한가운데서 홀로 애쓰고 있는 사람은
늘 감동을 준다. 약간이라도 나아지려고 다시 시작하는
사람도 감동을 준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면서도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도 감동을 준다. 자신이 맡은,
해야 할 일을 해내기 위해 가진 힘을 다 쓰는 사람도 그렇다.
나는 이런 것들을 사랑하면서 버티고 있겠다.
[정혜윤, 앞으로 올 사랑, 286]
205
솔직함과 글의 완성도는 상관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솔직하지만 별로인 문장들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솔직함을 최대장점으로
내세우는 글에 관심이 없어지고 말았다.
솔직한 게 어려워서가 아니라 지루해서였다.
위험하기도 했다. 모두가 서로의 마음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면 이 세상은
더 지옥 같을 게 분명했다.
[이슬아, 부지런한 사랑, 199]
2025.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