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6

by 영진

57

세상이 만족할 때까지 내 쪽에서 임의로

세상을 신비화시키지 말 것. 현실 자신이 신비로

변할 때까지 현실을 따라가기만 할 것−

마치 연 날리는 아이가 남은 실을 끝까지 풀어주듯이.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142]



58

모든 것은 육체가 조종한다. 그러나 정신에 의해

단련될수록 육체에서는 더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179]



59

가장 순수하게 아는 것이란 문제의 순수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즉 문제를 끊임없이 보살피고 키우는 것을 말한다.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185]



66

사랑의 시초는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해줄 수 없음에서 오는 괴로움이다.

그때 사람은 영원히 산다.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382]



256

행복, 그것은 진실 ‘옆에’ 있음을 말한다.

진실 속에 있거나, 진실 너머에 있으면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443]



257

우리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만을 행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삶은 앎이다. 항상 열려 있기를!

인식은 행위의 처음이요 끝이다.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397]



258

인식은 상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끝없이 뻗어나간

얼음판 위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을 넓혀가기

(작은 구멍은 탄생이다−태어남은 근원적인 상처다).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449]



259

목적으로서의 문학이 아닌, 다만 길과 탐색으로서의 문학

−그것은 도대체 목적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는 시대의

문학이다. 어떻든 살아가야 한다.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449]



260

사람들은 저마다 캄캄한 어둠 속의 작은 불빛이다.

자기를 연소시킴으로써만 자기의 둘레를 밝혀 봄

(어쩌면 벌써 날이 새었는데도, 우리는 불을 켜들고

더듬거리고 있는지 모른다).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450]



266

정신의 치명적인 위험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다는

데 있지 않고, 내가 그 생각을 ‘바꿀 수 없는’ 어떤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데 있다.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496]



267

나의 행복은 행복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전적인 망각이다.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568]



268

반성하지 않는 사랑은 폭력이다.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635]




2025.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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