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
지식인은 다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노동자고, 글은 소비재다.
읽는 사람은 독자가 아니라 사용자다.
글은 다른 상품에 비해 불량품이 많지만
지식이라는 아우라 때문에 판별이
어렵다는 게 다를 뿐이다. 내용은 없고
기성성(旣成性)만 생산하는 군림하는
글들, 이런 글들 때문에 자기 검열에
시달리다가 글쓰기를 포기하는 사람도
많고, 예술가로서 극심한 좌절에 이르러
글과 인생(목숨)을 맞바꾸는 이도 있다.
[정희진처럼 읽기,129]
329
남을 억압하는 사람은
자신을 해방시킬 수 없다.
[정희진처럼 읽기,134]
330
며칠 전 투표하지 않겠다는 친구와 언쟁을
벌였는데 내가 이겼다(?). 그녀의 논리는
“보이콧도 존중해 달라. 그것도 선택이고
실천이다.”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 반박했다.
“동의한다. 그렇다면 가만있지 말고 보이콧 운동을
조직하라. 선거 자체를 무효로 만드는 현실 정치를
하라.” 기권은 선택이 아니다. 개인의 기본적
권리마저 두려워하게 만든 권력의 승리다.
[정희진처럼 읽기,194]
331
기성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은 일종의
집단 우울증 현상이다. 암의 증상이 암 자체가
아닌 것처럼, 우울증의 주요 증상은 우울이라기보다는
기운 없음과 인간 혐오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약물과
사랑이라는 ‘영적인 치료(상담 요법)’를 병행한다.
사람에 대한 신뢰 회복이 몸을 낫게 하는 것이다.
[정희진처럼 읽기,194]
332
나도 좌절을 거듭하다 보니 희망이라는 말에
냉소를 넘어 분노하는 인간이 되었다.
시대의 반영이라고 변명해보지만 이 책을 읽고
부끄러웠다. 저자들이 부럽기도 했다.
나는 오랜만에 스스로 신나 하면서 공동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념이 보편의
탈을 쓰고 이데올로기가 될 때 인간을
소외시키지만, 꿈과 고뇌는 우리를 연결시킨다.
[정희진처럼 읽기,194]
2025.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