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며 작별하지 않을

by 영진

마우어파크에 방문했던 그날도 공연이 있었다. 공연장은 장벽의 흔적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 흙더미와 풀더미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었다. 그들 더미 위의 관객석 아래 중앙에 무대가 있다.

그날의 공연은 배우의 1인극이었고 벼룩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을 흥겹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배우의 능숙하고도 익살스러운 연기와 함께 관객들은 하나 되어 웃고 떠들고 마시며 역사의 흔적 속에서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역사의 아픈 흔적을 잊은 채 즐거웠던 그날의 그 시간은 오히려 지금껏 잊히지 않고 기억되고 있다. ‘장벽공원’이라는 ‘장소’를 통해서, 관객들과 흥겨워했던 무대와 함께, 그곳에서 구입했던 한 권의 중고서적과 함께, ‘아픔’의 역사와 ‘작별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의 ‘아픔’을 직시하고 대면할 용기를 갖기 위해, 지금도 존재하는 자본이 세운 장벽을 허물기 위해 더 많은 만남의 행위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 아픔과 작별하기 위해서 말이다. 장소, 그림, 음악, 영화, 책, 사람, 사건과의 만남을 통한 행위들일 것이다.

생활 속 그 만남들을 통해 우리는 작별하지 않으며 작별하는 법을 익혀간다. 그해 그곳의 역사와 지금 이곳의 역사가 만나 연결되고 연결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이곳의 아픔의 역사와 작별하지 않으며 작별하는 연습을 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베를린 장벽이 남긴 흔적, 마우어파크를 간고등어와 함께 작별하지 않으며 작별한다. 기억하며 잊어 간다. 아픔과 작별하며 작별하지 않으려 벽을 허물며 생활한다.

내가 좋아하는 간고등어로 인해 그곳의 아픔, 이곳의 아픔과 작별하지 않으며 작별하고 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 매일 아픔과 작별하며 작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영진, '마우어파크에서 간고등어를 만났다', <도시의 무지개> 59-61쪽.




도시의 무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