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진 Oct 02. 2023

고마운 관심

1     


관심을 가져준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관심은 사랑이라고 하니 말이다. 만사가 그렇듯 관심에도 양면이 있다. 고마운 관심도 있지만 불편한 관심도 있다. 불편하다는 표현은 그러지 말라는 신호다. 그럼에도 계속 그런다면 관심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될 수 있다. 신호를 주고받는 일이 원활하다면 그들의 관심은 사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소수’라는 존재는 아직 낯설고 잘 모르니 경계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단지 소수라서 ‘부정적’인 것일 수는 없다. ‘알아보지도 않고 이유 없이 부정되는 것’이 불편함의 이유일 것이다. 나는 권력에 의해 권력을 위해 단지 ‘소수’라는 이유로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현실을 마주하면 그들 소수에 관심을 갖게 된다. 고작 ‘소수’라서 관심도 못 받는 그들이 권력의 관심 대상이 되는 이유는 권력에게는 자기 권력의 존재 이유를 입증해 줄 ‘희생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     


이성애자인 나와 동성애자는 서로 다를 뿐이다. 나는 이성을 사랑하는 것이고 동성애자는 동성을 사랑하는 것이다. 권력이 이성애자면 동성애자는 틀린 것이 될 수 있다. 권력이 동성애자면 이성애자는 틀린 것이 될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권력인 것이다. 다수가 권력이 되기도 하다.


다수의 이성애가 옳고 그름을 따져서 옳기에 이성애가 있어온 것이 아니듯 소수의 동성애도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있어왔다. 다만 소수일 뿐이다. 그런데도 어떤 사회에서는 동성애가 이성애가 아닐 뿐이지만 어떤 사회에서는 동성애가 틀린 것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오직 권력과 다르기 때문에 말이다.


자신과 다름을 존중할 수 있는 권력인가 다수인가가 중요해진다. 권력은 다수에 의해 가능하고 다수는 개인들이 모여서 가능하기에 개인이 중요해진다. 개인은 권력의 희생양이 되기 십상이다. 개인들의 연대가 중요해진다. 개인들이 연대하다 단결하여 다수의 권력이 될 수 있다. 다시 개인이 중요해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단지 소수라는 이유로 틀림이 되는 소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3


나는 어떤 형태이든 국가(정부)는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집권 세력의 성격은 주권자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여긴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 한국을 비롯한 지구인들이 지구를 위기로 몰아넣은 제국주의적인 생활방식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당장 한국 사회에서는 경제적인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세력이 하루빨리 집권하는 것이 우선 과제일 것이다. 경제위기든, 환경재앙이든 앞으로 살아갈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시급한 일로 보인다. 한국만 아니라 전 지구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나는 선진제국의 세력들이 개도국이나 후진국들의 인적·물적 자원을 수탈하고 착취하는 것에서 비롯된 지구 위기의 책임을 되려 희생양들에게 떠넘기는 제국주의적인 생활방식을 바꾸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 과정은 일상 권력과 국가권력의 성격을 바꾸어 나가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4


관심이 고마움을 넘어 사랑이 되려면 먼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알아가며 교감해야 한다. 관심이 자기 권력을 위해 ‘희생양’을 사랑하는 행위가 된다면 관심은 불편함을 넘어 폭력이 된다. 무관심보다 못한 관심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그러하듯 나 역시 나의 길을 걷고 있을 뿐이다. 그 길 위에서 내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때론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다만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해로울 일도 하면서. 고마운 관심과 함께.          



2021. 11. 30.

이전 07화 자신과의 싸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