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을 쓰자 43

by 영진

나는 해방을 쓴다. 짧은 글로도 해방을 쓴다. 두서없는 어구들이 모인 메모일 수도 있겠고 한순간의 감정이 실린 비논리적이고 감성적인 문장들일 수도 있겠고 오랜 사유와 경험에 따른 통찰이 담긴 문장들일 수도 있겠다. 짧다고 비논리적이라고 감성적이라고 단편적이라고 해방을 못쓰는 것은 전혀 아니다. 짧은 글이 심지어 한 문장이 주는 해방의 힘을 믿는다. 짧은 것들이 전해주는 울림의 강도가 얼만큼이든 해방을 쓸 수 있다면 무엇으로도 해방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짧은 글로도 해방을 쓴다.


경제 양극화와 소외를 넘을 소유 방식, 현재의 상태를 지양하는 변증법적 인식, 대중을 사로잡을 이론적 무기,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의 단결.

해방을 쓰기 위해 나는 위의 주제들을 염두에 두면서 ‘사람, 자연, 책, 여행, 문학, 예술’과의 만남 속에서 현실을 읽고 바라는 현실을 쓴다. 나는 그렇게 해방을 써나간다. 글과 함께 나의 해방을 짓는다.



ㅣ소중하지 않은 것은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라지는 것들은 소중하다 했으니

사라지지 않는 것은 없으니

존재해서 사라질 모든 것들은 소중하다 할 수 있으니

다만 나에게 더 소중한 것들이

다만 너에게 더 소중한 것들이

다만 우리에게 더 소중한 것들이

다만 그들에게 더 소중한 것들이 있을 뿐이니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ㅣ순간들


에이스 따라

아침저녁으로

일출일몰 보러 다녔던

결정적인 순간은 있다

매 순간이 그 순간일 수 있다

어디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그 순간이 결정적

결정적인 그 순간


우연히 필연이 되기도

우연인가 필연인가 말고

결과가 어떠한가

어떤 우연 어떤 필연

필연적인 결과에 가 닿지 못하는 아직 우연

우연이 필연을 이끄는 필연

순간을 살아야


마치 결과에 초연한 듯한 태도

위선일까 결과에 초연할 수 있나

결과에 초연한 적 없는데

과정에 충실하겠다는 것일 뿐인데

그럼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를 바랄 뿐인데



ㅣ차이와 차별


이미 차이는 인정되고 있다

자본가와 노동자

기득권과 개돼지

남성과 여성 이성과 동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재벌과 영세 사업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부터 없애고

차별을 없애야

차이만 얘기해서는

자본에 꼼꼼히 차별될 뿐

자본의 차별전략을 넘어서야

차별과 차이 나는 차이를

얘기라도 할 수 있을듯



ㅣ관리


관리한다 누구에 의해

어떻게 관리되느냐

소수 자본에 의해

경쟁 속에 살아남거나

죽도록 관리되느냐

함께 잘 살기 위해

서로를 챙겨주느냐

관리의 의미는 다르다

소수가 독점하지 못하도록

서로 챙겨주는 관리



ㅣ만드는


만들지 않으면 만들어지는

만들어지지 않으려면

만드는 수밖에

만든 만큼이 만든 만큼만

온전히 내 세상

혼자 만들 수 없으니

함께 만드는 세상

만든 만큼만 만든 만큼이

온전히 함께 세상

나와 함께 내가 함께 만든

그만큼의 세상


ㅣ자기와 함께 삶


자기만이 살 수 있는 자기 삶

자기만이 알 수 있는 자기 삶

함께해야 살 수 있는 함께 삶

함께해야 알 수 있는 함께 삶

자기 삶을 사는 자기들이 함께 사는 삶

함께 사는 자기들이 자기를 사는 삶

자기 삶, 함께 삶

자기와 함께 삶




2026.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