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작가님의 글에서 ‘여백’을 만났다. 두 가지 의미에서 만났다.
하나는 작가님이 도종환 시인의 시 ‘여백’을 올려주셔서 시를 오랜만에 만났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작가님의 글과 생각에서 ‘여백’을 만났다는 것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도종환 시인의 시, ‘여백’의 일부다.
시를 소개하면서 작가님은 다음과 같이 쓴다.
“그저 먹고살았을 뿐, 일을 열심히 하지만 일에 눈멀지 않은 사람,
일에 빠져들지 않아 그 일을 통해 자유로워진 사람은 여백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선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나에게, 나의 친애하는 벗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작가님의 말씀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저런 글을 쓰시는 작가님은 여백 있는 아름다운 분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그 글에 여백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댓글을 남겼다.
작가님께서 서로 건필하자고 글쓰기에 대한 응원을 주셨다.
글을 통해서, 글쓰기를 통해서 여백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보자는 다짐을 나에게 해 본다.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도종환, ‘여백’)
2023.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