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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Nov 11. 2023

스스로 가두는

스스로 가두는 일, 경계하는 일 중 하나다. 나에게는 무척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나를 가두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세상의 모든 대상(자연, 사람, 사물, 현상)을 편견과 오만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고, 그리하여 나를 변화시킬, 대상과 함께 변화해 갈 가능성에 열려 있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신이 아니기에 모든 대상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 다만 열려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닫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나 스스로 가두는 일’을 경계하겠다는 것이다. 대상에 대해 나 스스로 닫아버리는 것은 슬픈 일이다. 자연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대상들과의 관계’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물질대사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해서,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가두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몸(뇌 포함)이 판단하기에 대상과의 관계가 고통스러워진 것이다. 상처받아서 힘들거나 상처받을까 두려운 것이다.      


스스로 가두고 싶어질 때, 상처받아 힘들 때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스스로 가두되 가두지 않을 수 있는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일상적으로 필요한 거리 두기로 인해 스스로 가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서 거리 두기에 나름의 기준이 필요하지 않나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준’에도 열려있어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그에 따라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열어두고 받아들여 가면서 또한 닫기도 하는, 열고 닫으며 가까워지거나 거리를 두는 유연함이 필요한 것이다.     


스스로 가두지 않겠다는 것은 자신을 슬픔 속에 가두지 않겠다는 것이고 살아 있음을 증거 하는 일이기도 하다. 스스로 가두고 있지 않은지 가끔씩 돌아보는 수밖에 없다. 스스로 가두고 싶은 그런 슬픈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그때가 돌아볼 때일 것이다.  




위 글은 이웃 작가님의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글을 읽고 쓴 것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존중과 소통’이 관계의 기본이라는 걸 알면서도 쉽지 않은 것이, 어려운 것이 ‘관계’라고 여긴다.      


해가 갈수록 ‘관계’의 어려움에 힘들어하는 이웃들을 자주 보게 된다. ‘스스로 가두는’ 관계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스스로 가둘 수도 있고, 거리 두기도 필요하지만 관계의 가능성마저 차단하게 되는 경우가 잦은 것 같다.     


작가님의 <어쭙잖게 위로하지 말아 줄래?>*라는 글을 통해 떠오르는 생각들은 이런 것들이다. ‘위로’의 형태는 다양하다.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것’, ‘하염없이 쏟아내는 말을 공감하며 들어주는 것’, ‘가볍게 안아주거나 손을 잡아주거나 등을 토닥여주는 것’ 등이다. 그 표현의 방식은 사람에 따라, 관계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조언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것이 어쭙잖아지는 것은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존중과 소통에 대한 서투름 때문일 수 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말아 주는’ 게 나은 것일 수 있다. 자칫 (젊은, 늙은) 꼰대 소리를 듣거나 비아냥이나 놀림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종종 겪게 되는 일이다. 이해를 바탕으로 존중하며 소통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분위기에 휩쓸려 상처를 주고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일들로 스스로 가두지 않기 위해, 이해를 바탕으로 한 존중과 소통을 위해, 열려 있으면서도 적절한 거리를 두는 유연함이 필요할 것이다.      


누구든 언제든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조언이나 위로를 위해서 쓰는 글은 아니고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예외가 아니라서, 나도 늘 겪는 일이라서 쓰는 글이다.          



2023.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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