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진 Nov 13. 2023

변곡점

2015년은 나의 삶에서 변곡점과 같은 해이다. 변곡점은 ‘어떤 상황이나 과정에서 방향이나 상황이 변화하는 지점’, ‘전환점’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변화의 원인에는 급격한 정치경제적인 변화라는 사회적 요인도 있지만 직접적인 계기는 2012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일이다. 그 이후, 한국이라는 공간, 오랫동안 하던 일, 만났던 사람들과 헤어짐의 시간을 가진 이후 수년이 흐른 지점인 2015년의 생각들이 그 변화를 쓰고 있는 것이다.     


변화는 과정적인 의미의 표현이다. ‘변하는 중’에 있는 것이다. 변화가 끝났다는 것은 과정이 끝났다는 것, 소멸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변했다’는 표현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변한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 것들이다. 이전에도 변하는 과정에 있었지만 이제 확고해진 변화의 지점에 이른 것이다. 물론, 그 또한 변하겠지만 말이다.          

조금씩 변해 오다 확연해진 생각은 이런 것들이다.     


“이러다 말수도 있겠지 어쩌겠어 열심히 이러는 수밖에”

“할 수 있으면 좋고 못해도 그만인 것들”

“능력이 안 되면 능력을 키우거나 욕망을 버리거나 난 후자” 

“되는대로 되는 만큼”     


조금은 내려놓은 듯한 이러한 삶의 태도를 ‘받아들임의 최선’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아니다. 

받아들이면서도, 받아들임으로써, 현실을 껴안음으로써, 미세하게 변해가는 현실의 흐름을 잡아채어 그 변화에 영향을 가하겠다는 ‘최선의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려 한다.          


이런 생각도 있다.     


“전부는 아니지만 그것 없이는 전부 무의미한 그런”

“소유하지 않는 소유를 꿈꾸며”     


현실과 조금 멀게 느껴지는 이런 생각들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대상이나 상태를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현실이 되기 어려운 것이어서, 그래도 잠시는 가능한 것이어서,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 그 잠시의 행복을 누릴 수 없을 것이어서, 생각만 하는 행복을 위해 종종 꺼내 보는 생각이기도 하다. 그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욕심과 함께 말이다.     


그 이외에는 대부분 지속적으로 해 오던 생각들이다. ‘과정과 지금에 대한 강조’, ‘계산적이지 않은 그 자체가 목적인 사랑과 노동에 대한 생각’, ‘권력에 대한 비판’, ‘자기반성’, ‘함께하는 삶에 대한 생각’, ‘약자 우선성’, ‘이해와 오해’, ‘진실, 변화, 갈등, 가능성, 열려있음’ 등에 대한 생각이다.     


7, 8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생각들이다. 아주 개인적인 삶의 변화에 따른 생각들일 리는 없는 것 같아서, 다분히 사회적인 요소들을 지닌 생각들이라고 여겨서 다시 글로 써 올려둔다.           



2023. 11. 13.

 


01화 2015 (brunch.co.kr)

매거진의 이전글 스스로 가두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