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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Nov 10. 2023

글쓰기의 추억

1     


‘한 줄을 쓰더라도 네 생각을 써라’ 오래전 나의 스승님께서 나에게 선물로 주신 말씀이다. 그 말씀 이후로 한 줄도 제대로 못 쓴 날이 많았다. ‘내 생각’이 있어야 한 줄이라도 쓸 수 있는 것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그 선물을 받은 이후로 글쓰기라는 창작의 고통으로 지새운 밤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나에게 그 말씀은 선물을 넘어 글쓰기와 관련하여 진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진리는 한 줄이라도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내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내 생각’이 없는 글은 감히 글이 아니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글이 되도록 내 생각을 쓰라고 말한다. 막 써라는, 막 써봐야 글이 된다는 또 다른 진리의 말씀과 함께 나에게 말한다.     


글쓰기라는 창작의 과정에서 고통이 불가피하다면 무엇보다 그 고통은 ‘내 생각’을 길어 올리는 데 따르는 고통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고통의 글쓰기를 하면서 즐겁기를 바란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나에게 거는 자기 최면일 수도 있다. 과연 글쓰기가 즐거울 수 있을까.          



2     


나의 스승님으로부터 진리의 말씀이라는 선물을 받았지만 글은 내가 써야 한다는 것 또한 진리다. 스승님이 ‘내 생각’을 쓰게끔 도와줄 수는 있지만 ‘내 생각’을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스승님의 생각이 내 생각일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내 생각을 갖는 데 도움을 주셨으니 그로써 글을 쓰게 해 주셨으니, 스승님의 도움 역시 글쓰기를 위한 선물이자 진리라고 할 수 있다. 글쓰기에는 스승이 필요한 것이다. ‘내 생각’을 갖게 해 줄 스승 말이다. 그것이 사람이든, 책이든, 그 무엇이든 스승이 필요한 것이다.          



3     


글쓰기를 추억하고 있는 것은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의 시대라고 불리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디지털 혁명이 일었다. 그때부터 인터넷 신문도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고 나의 글쓰기에도 영향을 주었다.      


브런치스토리와 같이 블로그나 인터넷 신문을 비롯한 각종 SNS가 나의 글쓰기 훈련장이 된 것이다. SNS를 통해서 정보를 얻거나 세상과 소통하며 진실들을 알아가는 것, 기사를 쓰면서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은 것도 ‘내 생각’을 쓰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책 읽기와 토론’이라는 스승이 내 생각을 쓰는 데 가장 큰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4     


내가 감히 글쓰기의 즐거움을, 글쓰기가 즐겁다고 말할 수 있다면 창작의 고통을 함께해 주는 글쓰기의 벗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글을 읽어주고 내가 읽을 글을 써주는 벗들, 작가라고 부를 수도 있겠고 삶의 동지, 동행자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글쓰기의 벗들을 삶의 동행자라고 부르게 되는 것은 나에게 글쓰기는 삶의 형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글을 통해서 삶을 살아가고 살아내고, 삶을 지어가기 때문이다. 나는 글쓰기의 벗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2023.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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