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진 Jul 26. 2023

카프카의 변신

F. 카프카의 [변신] 읽기

어느 날 아침 아들이 ‘흉측한 벌레’로 변했다. 그레고르 잠자는 부모님과 여동생을 부양하기 위하여, 5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 5시까지 회사에 출근하는 외판원이었다. 고된 중노동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해서도 일만 생각하는 ‘일벌레’이기도 했다.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몸을 보며 외판원의 직업병인 독감의 징조라고 생각한다. 벌레로 변한 그때 이미 그는 인간의 의식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혹사당하는 노동자의 직장 생활을 떠올려보면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것을 노동자의 삶의 비유라고 해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그를 발견한 가족들과 연락을 받은 회사 매니저나 사장, 심지어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 자신마저도 걱정하는 것은 그레고르가 아니라 그레고르의 ‘출근’이었다. 출근해야 하는데,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데, 일을 해야 그레고르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사장도 살 수 있는데.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출근’ 하지 못하는 그레고르는 아들에서 차츰 벌레가 되어간다. ‘돈을 벌어야 인간일 수 있는’ 자본주의. 돈을 벌지 못하면 사람대접 못 받는 자본주의. 가족도 회사도 먹여 살려야 했던 ‘일벌레’ 그레고르는 가족들과 사람들에게 벌레 취급을 받다가 서서히 버려진 채 죽어간다. 가족들도 사장도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를 바 없다. 그들 중 누가 어느 날 벌레로 변한다고 해도, 벌레 취급받다 죽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자본주의인 것이다.     


카프카는 책임감 있는 장남(가족)으로서, 우수한 성적의 모범생(학교)으로서, 독실한 종교인(유대교)으로서, 유능한 직원(회사)으로서 가족들,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던 성실하고 유머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그는 보통 사람들처럼 한 사회의 지배 질서에 충실하려 했고, 또한 보통 사람들처럼 억압적이었던 지배 질서를 억압적으로 느끼며 살았다. 또한 보통 사람들처럼 억압으로부터 끝내 떠나지 못하고 억압을 견디다 ‘벌레’로 변하는 꿈까지 꾸었을 것이다.


카프카처럼 억압적인 지배 질서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것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기도 하다. 또한, 보통 사람들은 도피는 도피 그 자체가, 떠나는 것 자체가 목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도피하지 못하고 지배 질서의 억압을 견디며 사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의 도피처를 꿈꾸거나 만들면서 도피처가 있다는 것에 위안 삼으며 도피처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살기도 한다.


카프카의 삶은 그러했지만 또한 카프카가 살았던 지배 질서를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은 ‘지금, 여기’에 충실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가족이, 이웃이, 동료가 벌레로 변신하지 않도록 서로를 보살피며 살아간다. 지금과는 다른 지배 질서를 만들며 살아간다.



2018. 07. 21.

매거진의 이전글 머물지 않거나 떠나거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