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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

by 영진

어떤 사람 좋아하세요?


가끔씩 받는 질문이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높이뛰기 선수가 될 뻔했던 초등학교 5학년 때 좋아했던 부반장. 밝고 활달한 성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친구를 좋아했던 이유였을 것이다.


성격이 활달해서 좋았던 것인지. 예쁜데 성격까지 활달해서 좋았던 것인지. 물을 수 있다. 나의 경우는 밝고 활달하면 예뻐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성격과 관계없이 예뻐서 예뻐 보일 수도 있고, 성격이 얌전해서 예뻐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든 나에게는 밝고 활달하면 예뻐 보인다는 것이다.


그 당시 기억나는 일 중 하나는 ‘학급 우체통’이었다.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친하게 지내라고 만들어 주신 것이었다. 그 덕에 편지를 꽤 썼던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필드하키부 활동을 하던 친구가 같이 활동하던 친구를 소개해 주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던 친구였다. 언젠가 A.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해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다정한 감성이 좋았던 친구였다.




중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친구들도 대부분 활달하거나, 다정하거나, 선善하거나 한 친구들이었다. 다정하다는 건 '세심함'과 연관이 있다. 문학을 좋아한다거나 시나 글을 쓴다거나 사색을 좋아한다거나, 깊은 대화(주로 질풍노도의 사춘기적 고민들)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을 좋아했던 것 같다.


선善하다는 것이 ‘착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착하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의문이다. 흔히 자기 말 잘 들으면 착하다고 '인정'해주는 것 같다. 선하다는 것은 정의감 같은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주저 없이 나서서 사회적 약자를 챙기는 그런 친구들이 있다.


첫사랑의 경우도 성격이 활달한 친구였다. 성격이 밝거나 다정하거나 선하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자신의 삶과 일에서 적극적인 친구였다. 학과의 대표를 맡는다거나 연극 동아리의 장을 한다거나 그런 모습들이 좋았던 것 같다.




음악 동아리 활동을 같이했던 친구의 경우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존중해주는 서로에 대한 ‘신뢰’ 때문에 좋았던 듯싶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선하거나 신뢰를 주는’ 사람들이 좋았다.


사람들을 두루 두루 좋아했고 좋아하는 편이다. 어떤 면이든 좋은 점들이 있었고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 같다. 해서, 안 좋아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나보다 연장자일 경우에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에 불편했던 것 같다.


‘권위’는 중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권위는 주변에서 세워주는 것인데 자신이 강제로 세우려 할 때 ‘권위주의적’이 되곤한다. 그런 만큼, 연장자들이 ‘선하거나 신뢰를 주는’ 경우는 좋아하는 이상의 마음이 생긴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많은 이유에서 좋아했던,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성향을 네 가지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능동적, 다정함, 선함, 신뢰’


내가 좋아했던,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했던, 나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



2024. 3. 16.



위 글에 쓰인 ‘사람’의 성(性)을 밝히지 않고 글을 써 보았습니다.

혹시라도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서 성을 밝혀 봅니다.


부반장-여성, 필드하키부 친구-남성, 소개받은 친구-남성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남성

첫사랑-여성, 음악동아리 친구-남성

연장자-주로 남성, 가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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