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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May 21. 2024

우리가 어느 별에서

안치환 가수의 3집 앨범을 애정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에 곡을 붙인 노래들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류시화, 소금인형)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는가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나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

피와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다라고 노래할 수 있으랴

(김남주, 자유)



귀뚜루루루 보내는 내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하나 울릴 수 있을까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귀뚜루루루 귀뚜루루루

(나희덕, 귀뚜라미)      




또 하나의 이유는 그 앨범의 타이틀 곡 ‘고백 confession’이다. 그 노래의 가사 때문이다. 한 친구가 즐겨 부르던 노래이기도 하고, 지인들로부터도 가사와 비슷한 ‘고백’을 듣는 일이 종종 있기도 하다.



누구도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나의 꿈들이 때로는 갈 길을 잃어

이 칙칙한 어둠을 헤맬 땐 뒤돌아 서있던 사람아

나는 너의 아무런 의미도 아닌 것

오-워- 그 때 난 너무 외로웠네


누구도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길은 멀은데 가야 할 길은 더 멀은데

오 비틀거리는 내 모습에 비웃음소린 날 찌르고

어이가나 길은 멀은데 어이가나 아아


허나 눈부신 새날 찾아 이 어둠을 헤치는 사람 되어

나로부터 자유로운 내 이 작은 노래에 꿈을 실어

노래여 나의 생이여 노래여 가난한 내 청춘의 꿈이여




안치환 가수의 자신의 길, 세상의 길에 대한 자전적인 노래일 것이다. 음악을 창작하는 예술가로서의 길일 것이다. 허나, 예술가의 길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예술가도 사람이니 사람의 길이라고 해야 할까.


때론 꿈이 갈 길을 잃고, 주변에 누구도 없는 것 같이 외로운 것이, 때론 비틀거리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비웃는 소리에 찔리는 것이, 길은 멀고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야 하는 것이, 그런 나로부터 자유로이 무엇에라도 내맡기고 싶은 것이, 어디 예술가의 길 뿐이겠는가.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도, 누나도, 오빠도, 동생도, 친구도, 연인도, 부부도, 동료도, 이웃도, 청소년도, 청년도, 중년도, 노년도, 그 누구의 길도 그렇지 않을까. ‘삶의 어느 순간엔 누구나 소수자’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꿈이 있어서, 꿈이 없어서, 길을 찾아도, 길을 잃어도, 누가 가라고 했건, 가지마라고 했건, 내가 가고 있는 그 길에서, 때론 외롭고 흔들리면서,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기 위해 노래해야 하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길이기도 할 테니.



2024. 5. 21.



안치환 - 우리가 어느별에서 (With 장필순)

고백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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