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는 자신이 펼치는 ‘이론’을 하나의 ‘모델’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유일한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도 그럴 것이, 아도르노 자신의 이론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변증법적 사유의 기본이 ‘만물은 변한다’는 것이니, 고정불변의 영원한 진리와 같은 것을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것은 허위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인식이란 것이 애초에 전체에 비추어 부분적이라는 점에서, 혹은 애초에 대상과 인식은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아도르노는 인식은 ‘허위이거나 결여’라고 보기 때문에 대상을, 전체를, 진리를 말하려는 자신의 이론도 ‘허위이거나 결여’된 것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모델일 뿐이니 참고만 하라는 것이겠습니다.
대상, 전체, 진리라는 것이 영원히 가 닿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설사 가 닿았다 하더라도, 순간적이고 일시적이고 부분적이며 각자 다르게 마주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자신의 방식으로 마주하여 드러낸 대상이, 전체가, 진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닌가 여깁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말입니다.
어떠한 이론적 모델을 참고했든 안 했든, 자신이 마주한 대상, 전체, 진리를 자신이 있게 드러냈는가가 중요해 보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대상, 전체, 진리를 드러내려는 과정에서 그들이 드러나는 것이니, 그 과정에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해 보입니다.
자신을 대상, 전체, 진리에 내맡김으로써 비로소 자신이 되는 과정이면서, 대상, 전체, 진리가 되는 과정이면서, 세상 하나뿐인 모두가 되는 과정일 것입니다.
2024.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