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시티를 떠날 때 이미 마음은 쿠바 아바나에 가 있었다. 아바나에 서둘러 가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코스타리카를 비롯해 중앙아메리카 여행에 대한 계획이 없었던 것이다.
해서, 파나마시티의 호스텔 주인장이 코스타리카에서 꼭 가봐야 한다고 했던 파보네스를 들렀다가 니카라과로 넘어갔다. 코스타리카와 니카라과는 생태주의를 지향하는 여행자들, 자원봉사자들, 탐사자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다.
나에게 그곳의 여행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니카라과의 마나과에서 1박을 하고 온두라스, 엘살바도르를 지나쳐 과테말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한데, 마나과에서 하루 더 머물게 된다. 그것도 현지인의 집에서.
마나과에서 과테말라까지 장거리 이동이다 보니 하루에 한 번 운행하는 버스가 돌연 취소된 것이다. 난감해하던 나에게 과테말라로 가려던 현지인 친구가 예약한 호텔이 없으면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 묵고 다음 날 같이 과테말라로 가자며 호의를 베푼 것이다.
지금은 그 친구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인상이 참 좋았다. 그 때문에 그의 제의에 선뜻 따라나선 것일 수도 있겠다. 과테말라시티에 직장이 있어서 가족들과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마나과의 부모님이 있는 집에 들르곤 하는 것이었다.
파나마시티를 출발하여 과테말라까지 중앙 아메리카의 여행에서 코스타리카의 파보네스와 함께 특별한 기억을 나에게 남겨준 것이다. 비록 그의 가족들과 한나절을 보내고 하룻밤 묵은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지만 말이다.
그 친구의 호의 때문에 먼 이국인 니카라과를, 마나과라는 도시를, 짧은 만남을 기억하고 있는 셈이다. 지구를 떠나기 전에 니카라과를 가게 된다면 마나과의 그의 집을 찾아가 봐야 하겠다.
2024.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