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행 후에 남은 소중한 것으로 신비로운 자연 풍경이나 새롭게 알게 된 역사나 문화적 사실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그중에서도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다.
여행중에 만난 ‘사람’이 또 다른 여행자일 수도 있고 현지인일 수도 있고 역사적인 인물일 수도 있고 그들을 통해 발견한 ‘또 다른 나’일 수도 있다. 이번 쿠바여행(2017.7.8.~8.3)에서도 많은 사람들, 그들의 말과 글들을 만났다.
쿠바 여행 중에 가장 많이 마주쳤던 사람은? 쿠바의 독립 영웅이자 교사이면서 시인이었던 호세 마르티. 아바나 공항 이름은 호세 마르티 공항이다. 아바나에는 호세 마르티 생가가 있고 아바나의 혁명광장에 호세 마르티 기념탑과 기념관이 있다. 다른 도시들에도 곳곳에서 호세 마르티 광장, 동상, 학교 등을 만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마주쳤던 사람이 체 게바라. 그와 늘 함께 하던 말 ‘Hasta a victoria siempre!’ 보통 ‘영원히 승리할 때까지!’라고 번역하던데 아바나의 혁명 광장에서도 만났고, 산타 클라라의 그의 동상에도 있고 거리 곳곳의 낙서에도 그와 늘 함께 하던 말이다.
1959년 혁명 성공 후 몇 년간 쿠바에서 관료로 지내다 쿠바 시민권과 자신의 모든 직위를 내려놓고 자신의 부족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국가로 혁명을 하러 떠나겠다며 피델에게 보냈던 편지 마지막에 쓰여있던 문구는 ‘조국이 아니면 죽음을!’이다.
체 게바라가 생각했던 영원한 승리란 어떤 이상적인 사회가 아니라 지구상에서 적어도 배고픔과 질병으로 죽어가는 이들만큼은 사라지게 하겠다는 것이었을 게다. 고작 그 정도 세상을 위해서 목숨까지는 걸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 말이다.
그리고 그리 자주 마주쳤던 건 아니지만 이번 쿠바여행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람. 쿠바혁명의 4인방 중 한 사람 카밀로 시엔푸에고스.
아바나의 혁명광장에 게라바와 함께 나란히 있다. 거기에는 시엔푸에고스의 얼굴과 함께 ‘피델 잘 하고 있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의 푸근한 미소와 잘 어울리는 말인 듯하다.
그 다음으로 자주 마주쳤던 사람이 길거리에서 말을 걸던 사람들이다. 딱시! 딱시! 택시를 타라던 분들. 시가! 시가! 시가를 사라던 분들. 어디서 왔니? 어디 가니? 뭘 찾니? 뭐가 필요하니? 내가 알려줬으니 1쿡 달라던 분들.
그들 중 최고는 바라꼬아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럼을 싸게 팔테니 나보고 구입해서 같이 마시자던 그렇게 구입해서 같이 마시긴 했는데 그들의 관계 맺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중남미 여행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언젠가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데 쿠바에서도 민박집의 주인들이 친절해서 다시 찾고 싶은 곳들이 있다. 까마구에이의 유유네나 바라꼬아의 다이네리네도 그렇지만 플라야 에라두라의 바비네는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많다.
겨울 휴가 때 다시 오라던 스페인어 열심히 배워 와서 수다 떨자던 바비. 그런 바비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그건 내가 바비와 훌리 부부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 한다는 걸 그들이 알고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2017. 9. 7.